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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초등학생이 스승에게 욕설 퍼붓는 교실이라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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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35년 경력의 여교사가 최근 소설 형식을 빌려 고발한 초등학교 6학년 교실의 교권 추락 실태는 가히 충격적이다. 교사가 야단친다고 학생이 욕설을 퍼붓질 않나, 휴대전화를 압수하자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을러대질 않나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학급마다 5%의 문제아들이 공공연히 교사를 웃음거리로 만들며 분위기를 난장판으로 만든다고 이 교사는 폭로했다.

어쩌다 우리 교육 현실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영어니 수학이니 조기교육에 열을 올리면서도 정작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예의조차 가르치지 않는 가정교육 탓이 클 것이다. 대놓고 촌지를 요구하거나 감정적 체벌을 하는 일부 교사 때문에 교사 전반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점도 영향을 미쳤을 터다. 학교에서 체벌금지 조치가 강화되며 학생들의 문제 행동을 제지할 방도가 사실상 사라진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어느 한쪽을 손가락질할 일이 아니라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의 책임이라는 얘기다.

서로에 대한 신뢰도, 애정도, 존경심도 사라진 교실에서 무슨 교육이 이뤄질 수 있겠는가. 공교육의 출발점인 초등학교 사정이 이러니 중·고등학교에 가면 학생들이 수업 내내 잠만 자다 공부는 학원에 가서 하고, 학교 교사보다 과외 교사를 더 믿고 따르는 비상식적 행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이런 사태를 마냥 방관할 순 없다. 우선 교사들부터 교권 실추를 자초한 점이 없는지 철저히 반성하고 책임있는 스승으로서 자세를 갖춰야 한다. 부모들도 성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인성교육에 눈을 돌려야 한다.

이번에 책을 낸 교사는 여론의 뭇매를 각오하고 체벌 허용을 주장하기도 했다. 얼마 전 지방의 한 중학교에서 학부모들이 체벌 허용을 결의한 적이 있다. 일부 학생이 면학 분위기를 해치는 바람에 다수 학생이 피해 보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 교육 현장이 깊이 병들어 있다는 방증이다. 체벌을 포함해 효과적인 학생 지도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