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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동 교수의 '중국 비지니스 Q&A'⑪] 중국 모조품 시장의 속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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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유명 짝퉁 시장 슈수이제

비단시장이라고 일컬어지는 중국 베이징의 슈수이제(秀水街)시장에 가보면 인종시장이라고 할 만큼 많은 외국인들로 북새통이다. 그들이 온 목적은 단 하나, 짝퉁이라 불리는 모조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얼마나 유명했는지 부시 전 미국대통령도 왔다 갔을 정도다. 짝퉁 시장하면 불법으로 생각하는 우리와 비교하면 많이 다르다. 하지만 이런 중국 모조품 시장의 활황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공개하기 부끄러운 그들만의 속사정도 있다.

◇모조품 시장의 양면=어느새 우리나라의 인터넷 한 부분에 중국 모조품에 대한 얘기가 종종 등장한다. 중국의 어느 시장에서 산 물건인데 진품과 다름없다는 자랑에서부터 시작해 부작용 피해사례까지 하소연도 각양각색이다. 이런 중국 모조품에 대한 왈가왈부는 비단 우리나라만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중국 모조품의 수출규모와 시작 잠식 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세계관세기구(WCO)의 모조품 현황보고에 따르면 2004년 기준으로 전 세계 교역량의 5~7%(5120억 달러 상당)를 모조품이 차지하고 있다. 또한 모조품의 67%를 중국산이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세계 모조품의 ⅔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는 것으로 결국 세계 모조품 시장의 대부가 중국이라는 통계수치다. 하지만 모조품이 많이 생산된다고 해서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진품과 거의 유사한 모조품이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이 진품에 준하는 기술력을 갖고 있음은 물론 제한적이나마 기술력과 디자인을 흡수하고 있음을 반증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중국 경제의 한 버팀목이 되는 외자의 투자매력을 떨어뜨리는 결정적 요인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중국 내에 아직 제대로 된 기술력이 없는 중국 로컬기업들의 경우 신상품이 해적판과 동시에 중국전역에 출시되는 현 상황은 기술개발에 대한 욕구를 떨어뜨려 기술진보를 늦추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산업의 고도화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현 상황에서는 모조품시장이 관광시장과 더불어 중국의 기술력 향상을 일부 가져올 수도 있다. 하지만 2001년 WTO가입 이후 본격적인 세계교역무대에 등장해, 자국 산업의 고도화를 꿈꾸고 있는 중국에게 현재와 같은 모조품 홍수는 중국의 경쟁력을 저해하고 산업의 고도화를 늦추는 요인이 된다.
결국 싼 값에 멋도 모르고 산 모조품 하나가 결과적으론 자국 산업을 망치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음을 중국 역시 깨달아야 할 때다.

글=박정동 소장·박재정 연구원
인천대학교 중국학연구소 (www.uic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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