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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업체 (주)예천 김원길 사장의 하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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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섬유업체인 ㈜예천(대구시달서구장동 성서공단)의 김원길(金元吉.54)사장은'사장실 사장'으로 불린다.

어쩌다 한번씩 생산현장에 들르는 것을 빼고는 하루종일 사장실에서 시간을 보낸다.중소기업이지만 사원들은 그를 보기가 쉽지 않다.

그의 하루는 오전8시40분쯤 출근해 생산.가공.관리.제직등 부서별 책임자 7명과 생산전략회의를 여는 것으로 시작된다.“재고는 적정한가.유럽.동남아시장의 가격동향은.바이어의 불평은 없었나”등을 묻고 해결방안을 토의한다.짤막한 회의가

끝나면서 金사장의 고민은 시작된다.

“어떤 제품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까”하는 것이다.

책상위에 어지럽게 널린 갖가지 원단 샘플을 보며 신소재 개발에 매달리는 것이 그의 일과다.세계 섬유시장 정보와 국내 유행을 분석해 신소재(원단)를 개발하는 연구에 몰두한다.섬유개발실이 따로 있긴 하지만 '새로운 무엇'을 찾는 것이

버릇이 돼 직접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사장실이 연구실인 셈이다.

그가 개발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스판덱스도 이같은 작업의 결과였다.신축성이 뛰어난 스타킹에 힌트를 얻어 93년에 만든 폴리에스테르 스판덱스는 세계시장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품목이다.

“스판덱스 하복지를 비롯해 몇가지 신제품을 개발중입니다.지금은 인기있는 품목도 언제 유행이 바뀌어 오더가 끊길 지 모르기 때문이죠.”

金사장이 움직이지(?)않고 사장실에서만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것은 책임경영제 때문이다.생산.가공.관리.영업등 모든 부서의 책임자들을 소사장(小社長)으로 임명해 공장 돌아가는 것을 맡겼기 때문이다.

“권한을 충분히 주고 그에 따른 책임까지 지게 했습니다.모두 내 회사라는 생각으로 일해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요.”

金사장은 생산전략회의때 일일계획.주간계획만 보고받은 뒤 계획달성 여부를 분기별로 분석,우수부서에는 포상과 함께 휴가등 혜택을 준다.

그가 섬유개발실 실장을 자처(?)하고 있는 것은 전공(영남대 섬유공학과 졸업)과 20여년간 섬유업체(코오롱)에 몸담았던 경험 때문이다.

92년말 2억원으로 성서공단에 임대공장을 차린 뒤 직접 스판덱스를 개발해 93년 6백만달러이던 매출액을 지난해 3천2백만달러로 올려놓았다.

매달 생산되는 1백20만야드의 스판덱스는 유럽.동남아.일본등으로 모두 수출하고 있다.지난해 5월에는 40억원을 들여 현재의 공장도 마련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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