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는 채우고 시중엔 돈 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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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통화 스와프 300억 달러 접근
중국과도 300억 달러로 증액 추진

한국과 일본, 한국과 중국 간의 통화 스와프(맞교환) 규모를 확대하는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이명박 대통령과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일본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가 13일 일본 후쿠오카(福岡)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통화 스와프 확대를 포함한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은 13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규모를 300억 달러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행이 일본은행에 300억 달러 규모의 원화를 주고, 같은 규모의 달러화나 엔화를 받을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도 이날 “일본 정부가 외화 부족이 우려되고 있는 한국을 지원하기 위해 한·일 양국 간에 맺은 통화 스와프 협정을 현재의 130억 달러에서 300억 달러로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중국도 한국에 공급하는 위안화의 한도를 증액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비상시에 중국에 40억 달러 규모의 원화를 주고, 같은 규모의 위안화를 받는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고 있는데, 이를 300억 달러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3국 정상들은 회담 후에 세 국가 간의 협력 기본원칙을 담은 ‘한·중·일 3국 동반자 관계를 위한 공동성명’에 서명할 예정이다.

김종윤·서승욱 기자

◆통화 스와프=두 나라 중앙은행이 보유 통화를 맞바꾸는 것. 양국 통화를 맞교환하기도 하고, 자국 통화를 내준 뒤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달러·유로를 가져오기도 한다. 한국은 미국과 300억 달러 규모의 원화를 주고, 같은 규모의 달러를 받을 수 있는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


한은, 금리 1%p 사상 최대폭 인하
“경기 과도한 위축 막는 데 힘쓸 것”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시중의 자금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4%에서 3%로 낮췄다. 1%포인트 인하는 사상 최대 폭이고, 3%의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지금까지 기준금리의 최저치는 2004~2005년의 3.25%였다. 한은은 최근 두 달 새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2.25%포인트 내렸다. 내수는 물론 수출까지 급격히 위축되면서 경기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식어 가고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우리 경제가 상당 기간 아주 낮은 성장률을 보이고, 고용도 크게 늘지 못할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여러 정책 수단을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배포한 자료에서 “앞으로 통화정책은 유동성 상황을 개선하고 경기의 과도한 위축을 방지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밝혀 추가로 금리를 내릴 수 있음을 내비쳤다. 한은은 또 그간 은행권으로 제한했던 환매조건부증권(RP) 매매 대상 기관에 12개 증권사를 추가했다.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을 한은이 사들이는 방식으로 증권사에 직접 자금을 공급하는 길을 연 것이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린 만큼 시장 안정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풀린 돈이 돌게 하려면 저축은행·캐피털사 등 비은행권의 자금 경색을 풀고, 은행의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자금시장에선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포함해 각종 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3개월물 CD금리는 전날보다 0.69%포인트 급락한 4.75%로 마감했다. 2006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또 국민은행은 다음 주부터 적용되는 대출금리를 이번 주보다 0.7%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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