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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도난 방지 장치 별게 다 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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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자동차의 도난을 방지하는 기술이 첨단화하고 있다. 운전대와 가속 페달에 운전을 못하게 걸어두는 잠금장치, 도어와 트렁크 등이 열리지 않도록 물리적으로 조치한 장치는 이제 ‘옛말’이다.

요즘 도난방지 기술의 핵심은 이모빌라이저(Immobilizer)이다. 암호가 내장된 오리지널 키가 아니면 절대 움직이지 않는 시스템이다. 현대차의 에쿠스·그랜저·쏘나타·베라크루즈·싼타페, 기아차의 오피러스·쏘렌토·로체이노베이션·포르테, 그리고 각종 수입차를 비롯해 최근에 출시되는 대부분의 차량에 장착돼 도난방지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수입차에 장착된 기술이 갈수록 진보하고 있다.

닛산의 이모빌라이저를 예로 들면, 차량 키에 내장된 컴퓨터 마이크로칩은 6만5000개의 고유한 인식암호 가운데 하나가 입력돼 있다. 차량 키는 2만3000가지의 다른 조합으로 깎여 있다. 이렇게 복잡한 암호와 차량의 키 조합은 차량의 키 또는 마이크로칩을 복제해 차량을 훔치는 것을 거의 불가능하게 한다.

작동원리는 대략 이렇다. 운전자가 엔진 시동을 걸기 위해 키실린더에 키를 삽입하면, 키실린더 주변의 안테나가 키에 내장된 마이크로 칩의 암호를 읽어들여 보디컨트롤 모듈로 전송하고, 이 모듈은 전송받은 암호와 차량에 내장된 암호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엔진컨트롤모듈의 검증을 거쳐 시동이 걸리게 된다.

또 엔진을 끌 때마다 엔진에 붙어 있는 컨트롤모듈이 다음 시동을 걸 때 사용할 새로운 암호를 생성한다. 이 암호와 차량키에 내장된 마이크로칩의 암호가 일치하지 않으면 자동차를 움직이기 어렵다. 닛산코리아 관계자는 “전선을 이어붙인뒤 차량을 운전하는 등 영화 속에서 흔히 봐온 내용은 이제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스마트 키는 20만 개의 암호 코드 중에 임의의 코드를 생성하기 때문에 복사가 불가능한 전자키로 알려져 있다. 한번도 복사된 사례가 없다는 것이 벤츠 측의 설명이다. 또 S600L의 기본사양에는 도난방지 알람시스템이 있다. 중앙 팔걸이 부분 아래에 위치한 센서를 통해 차량 문이 잠겨 있을 때 실내공간 전체에 단파 무선 신호를 발생시킨다. 이 신호가 손이나 다른 무언가를 감지할 경우 알람이 울리게 된다. 또한 차량이 견인되는 등 차량의 기울기 변화가 감지될 경우 이 시스템이 작동해 차량 자체를 끌고 가는 도난까지 방지한다.

볼보 차량에는 독특한 도난방지 장치가 있다. 차량 내에 심장박동 감지 센서가 장착돼 있어 침입자가 있을 경우 자동차 키에 있는 붉은색 발광다이오드(LED)가 자동으로 켜진다.

최근 특허청에 따르면 2000년 이후 2007년까지 차량도난 방지장치와 관련된 특허출원은 총 421건에 달했다. 이모빌라이저·스마트키와 같은 암호인증장치에서부터 타이어와 휠, 기름 등의 도난을 방지하는 장치 등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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