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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농사일 척척 해내는 '경운기 소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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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집안일을 돕는 게 당연한 일 아닌가요. 그런데 상까지 주시니…."

최근 농협중앙회가 주는 효행상을 받은 김동엽(金東曄.13.전북 남원시 아양면 구상리)군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쑥스러워했다. 남원 아영중 1학년인 동엽군은 '경운기 소년'으로 주변에 널리 알려져 있다. 3년 전부터 경운기를 몰며 집안일을 돕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모내기를 한 지난 23일 그는 하루종일 경운기로 모판을 날랐다. 지난 일주일 동안 물을 가득 채운 논 바닥의 흙을 깨서 평평하게 고르는 작업도 할아버지(71)와 함께했다.

동엽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경운기 운전대를 잡았다. 아버지(51)는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오른쪽 팔과 다리가 불편하고, 어머니(36)는 정신지체장애인이다. 때문에 그동안 할아버지가 농사를 도맡아 왔다.

"짚단을 싣고 경운기를 끌고 가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너무 힘들어 보였어요. 그래서 제가 한번 해보겠다고 나섰죠. 평소 경운기를 눈여겨 봤기 때문에 운전석에 앉아 방향을 바꾸고 앞으로 나가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동엽군이 경운기를 운전하는 데 가장 어려운 일은 시동 걸기. 배터리가 낡아 손으로 돌려 시동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힘이 달려 주변 어른들의 도움을 받는다. 할머니(72)는 "동엽이가 부모를 대신해 밥상을 차려 내오고 다리도 주물러주는 효자"라고 말했다. 농사일때문에 얼굴이 햇볕에 익어 별명이 '깜씨'인 동엽군은 "공고에 진학해 농기구를 잘 고치는 기술자가 되고 싶다"며 씨익 웃었다.

남원=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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