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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아마추어 예술인회 '개구신' 봄맞이 -'시와 음악으로 마음 열지요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구겨진 은박지 같애/내 사랑은//포장마차 소줏잔 비우듯/바다는 가고//오지 않을 날을 기다리며/유채꽃 송이 송이/내 그런 사랑.”자신이 살고 있는 제주시 한 동네의 이름을 딴'탑동 애가'라는 자작시를 낭송하면 또다른 회원은 그 낭

송에 맞는 분위기의 음악을 색소폰으로 연주한다.바닷가 억새밭에 앉아 다른 회원들은 파도소리.바람소리와 함께 감상하고.제주도 아마추어 예술인들의 모임 개구신(開求信).그들의 시와 음악을 타고 봄이 오고 제주 바다는 더욱 푸르다.

개구신 모임이 시작된 것은 지난 90년.불신의 시대에 예술을 통해 마음을 열고 믿음을 구하자는 뜻으로 모임 이름을'개구신'으로 했다.비록 프로급은 아니더라도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끼리 모여 친목을 도모하고 예술을 생활화하자는 취지에서다.

현재 회원은 15명.대부분 30~40대인 이들 중에는 시인.소설가도 있고,대금.기타.탈춤.색소폰.클라리넷.피아노를 수준급으로 연주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가수 뺨치게 노래부를 수 있는 꾼들로 이뤄졌다.경찰관.방송국 카메라멘.스쿠버다이

버.카페주인등 직업도 가지가지.

개구신은 매월 한차례 모임을 갖고 서로서로 자신의 예술을 발표하고 감상한다.또 어린이날.어버이날.추석.설에는 소년.소녀 가장및 무의탁 노인을 찾아가 그들의 정성과 장기를 보여준다.본격 무대인 문예회관 소극장등에서 자선공연도 다섯차

례나 가졌다.

지난달 22일 이들은 제주시내 한 카페에서 뜻깊은 행사를 벌였다.김순남회원의 처녀시집 출판기념회.예의 시낭송과 기타.색소폰.노래 선율이 흐르는 자리에는 다른 일로 잠깐 들른 고은 시인도,소설 집어치우고 아예 뱃사람이 되려는 양 3

개월전에 내려온 소설가 천승세씨도 있었다.또 제주도문화의 '터줏대감'인 소설가 오성찬씨도 초대됐다.이들은 개구신의 정겨운 모임에서 한결같이 지금은 가버린 50~60년대의 낭만을 읽고 있었다.아마추어의 순수 예술혼이 살아있는 제주도는 변함없는 낭만의 섬이라고. 〈제주=이경철 기자〉

<사진설명>

봄바다의 해조음에 시와 음악을 불어넣고 있는 개구신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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