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왔다갔다 …‘농구 철새’ 방성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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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방성윤(右)이 삼성 차재영의 저지를 피해 골밑을 파고들고 있다. 방성윤은 이날 23분동안 뛰며 23득점을 올렸다. [뉴시스]

미국프로농구(NBA) 진출을 위해 NBA 하부리그인 D-리그에서 뛰던 방성윤(26·1m95㎝)이 10일 귀국했다.

하위권으로 처진 국내 소속팀 SK 나이츠의 장지탁 사무국장은 미국에 가서 8일 동안 방성윤을 설득해 데려왔다. 방성윤은 “중국 음식점에서 과자 속 운세 내용이 ‘집에서 멋진 이벤트가 열릴 것이다’라는 메시지여서 돌아가라는 뜻으로 여겼다”고 서울행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시즌이 끝난 후 (미국) 서머리그에 참가할 기회가 생기면 가고 싶기도 하다”며 다시 NBA 진출 의사를 밝혔다.

◆NBA 진출 가능성은 희박=방성윤의 NBA 진출 가능성을 “0%”라고 잘라 말하는 국내외 전문가가 많다. 슛은 좋지만 수비나 스피드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남기 국가대표 감독은 “방성윤의 NBA 진출 가능성은 없다”고 잘랐다. 제런 잭슨 D-리그 포트웨인 매드앤츠 감독은 “방성윤은 NBA에서 뛰기엔 키가 작다”고 말했다.

지난 9일 기량 미달로 KTF에서 퇴출된 제임스 피터스(2m)가 그나마 방성윤(4경기 평균 12.3점)과 비교 대상이다. 피터스는 지난 시즌 D-리그(포트웨인)에서 33경기에 출전해 평균 15.2점을 기록했는데 NBA 스카우트의 주목을 받지도 못했다. 지난 시즌 국내리그 득점 1위이자 방성윤의 SK 동료인 테런스 섀넌도 “내가 방성윤보다 잘한다. 그러나 나는 NBA에 못 갔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방성윤이 최고는 아니다. 김주성(동부)·서장훈(KCC)·김승현(오리온스)은 데뷔 3년 안에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방성윤은 세 시즌을 뛰면서 팀을 플레이오프에 단 한 번 올려놓은 게 전부다.

◆NBA는 꽃놀이패?=방성윤의 큰 꿈은 좋다. 그러나 NBA라고 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분위기는 잘못됐다는 지적도 많다. 방성윤은 2006년 당시 국가대표 최부영 감독에게 “NBA 진출을 위해 미국 서머리그에서 뛰기로 계약이 되어 있다”면서 대표팀 차출을 거부했다. 그러나 실제로 계약이 되어 있지 않아 미국 서머리그에서 뛰지 못했다.

지난 8월에 아테네에서 열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에는 부상을 이유로 국가대표팀에 합류하지 않았다. 그러곤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방성윤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우승으로 병역면제 혜택을 받았지만 국가를 위한 봉사에는 인색하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NBA라는 방패 앞에서 언론은 번번이 눈을 감았다.

◆“몸값 올리기”란 분석이 지배적=일각에서는 “방성윤의 NBA 도전이 몸값 올리기 수단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05년 그는 드래프트 1순위로 KTF에 뽑혔는데 방성윤은 드래프트를 거부하고 미국에 머물렀다. KTF는 ‘방성윤의 에이전트가 5년간 50억원을 요구했다’고 털어놨다.

트레이드를 통해 방성윤을 받은 SK가 그에게 얼마를 주고 국내에 복귀시켰는지가 아직도 농구계의 관심사다. 이번 복귀에도 “그가 그냥 왔겠느냐”며 거래설이 파다하다. 시즌 전 샐러리캡 4억9000만원을 비워놓고 그를 기다린 SK는 방성윤을 13인 엔트리에 넣기 위해 10일 최종훈을 은퇴시켰다.

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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