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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남편이 사온 꿀맛 호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이른 저녁식사를 마친후 설거지를 하며 어느새 옹기종기 모여앉아 TV만화에 푹 빠져버린 아이들 눈망울을 보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저희들끼리 토닥거리며 다투다가도 어느 순간 적당히 화해하고 다시 정답게 노는 모습을 보니 어느덧 쑥

자랐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흐뭇하다.결혼하고 지금까지 전업주부로 지내면서 느낀 즐거움이 있다면 아이들이 자라면서 하는 모든 재롱과 변화를 하나도 빠짐없이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다.아주 사소한 것이기는 하지만 모든 것을 엄마인 내

게 묻고,조르는 것들이 여간 예쁜게 아니다.하지만 사람이란 익숙한 것에 쉽게 싫증나게 마련인가.아이들의 재잘거림이나 매달림이 편치않고 짜증날 때가 있다.

집안은 치워도 늘 난장판이고 1천ℓ짜리인줄 알고 사먹던 우유가 알고 보니 9백30ℓ짜리였을 때,타행송금시 슬그머니 올라간 은행수수료나 아무리 살림을 쪼개봐도 통장은 불지않아 힘겨운 한숨이 나올때면 가끔 우울해지곤 한다.

이런 저런 잔근심에 젖어 있던 어느날 초인종 소리에 나가보니 평소보다 좀 늦은 귀가길에 거나하게 한잔한 남편이 돌아왔다.손에 작은 봉지와 함께.아이들이 인사하고 봉지속을 보더니 환호하기 시작했다.

“와! 호떡이다.엄마,호떡이에요.우리 아빠 최고!아빠 멋쟁이.”

아이들의 환호성에 좋아하는 남편 모습 또한 아이 같았다.그래,행복은 바로 이런거다 싶었다.따끈한 호떡을 사들고 퇴근한 남편의 가족사랑,생각지 않던 선물에 뛸듯이 기뻐하는 아이들,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이른 저녁식사탓에 출출

했던 아이들과 우리는 꿀맛같은 호떡을 맛있게 먹었다.정말 꿀맛이었다.오래전 남편과 연애시절 길에서 먹었던 그때 그맛 그대로. 서혜경〈인천시연수구동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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