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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발표 기다리며 입조심 - 하마평 오른 인물들 휴일 스케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당정개편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하마평에 오르는 당사자들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으나 그들의 움직임에선'연기'가 솔솔 나고 있다.'밀행성'을 특징으로 하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의 변화도 감지된다.

…인사의 핵심포인트인 총리와 신한국당 대표설이 나도는 고건(高建)명지대총장과 이한동(李漢東)신한국당 고문은 은둔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친화력이 강점으로 평가되던 高총장은 2일 저녁 동숭동 자택내에 머물면서 기자들을 추운 바

깥에서 떨게 했다.

그러나 高총장은 두차례에 걸친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金대통령의 간곡한 권유에 총리직을 맡기로 결심한 것으로 전해진다.이미 명지대에서는 高총장의 사의표명을 받아들여 후임총장 인선에 들어간 사실도 이를 입증한다.高총장은 유영구(兪榮九)

명지대이사장에게 2일 아침 통화해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사임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高총장은 자택근처 찻집에서 열린 좌담모임인'동숭마당'에 참석,이세중(李世中)전대한변협회장,정경균(鄭慶均)서울대보건대학장,양헌(梁憲)변호사등과 환담했다.그리고 이들과 교회예배를 본뒤 오찬을 나눴다.

이날 환담에서 高총장은 국회운영에 언급해 3일로 예정된 본회의 대정부질문이 제대로 마쳐질지 여부에 관심을 보였다.특히 이자리에서 高총장은 여야의 이견으로 본회의가 공전될 가능성에 대해“다시 연기하지 않는 한 본회의가 안돼도 그것으

로 마치는 것으로 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3일 국회 대정부질문 종료,4일 총리지명을 상정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金대통령의 한 측근인사는“종전의 개각 때도 高총장을 한번 검토한 일이 있으나 당시 그가 정부에 몸담는 것을 주저해 초반에 무산된 일이 있다”고 소개하고“그러나 이번에는 대통령의 당부를 거절하지 못한 것같다”고 말했다.

…이한동고문은 이날 아침 일찍 수원시장안구 보선(補選)현장에 나갔다.시장 세군데와 상가를 방문하는등 활발한 지원활동을 벌였다.지구당 간부들과 오찬을 한 뒤에는 포천의 생가에서 선친제사를 지내며 1박했다.李고문도 자신의 하마평 부분

에 대해선 일절 입을 다물었다.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李고문은“지금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밖에 할게 없다”며 대표임명 가능성을 시인도,부인도 하지 않았다.

李고문은 최근 청와대에서 金대통령을 단독면담했다는 보도조차“사실이 아니다”며 부인하고 있다.그러나 李고문 주변에선 경선포기를 놓고 설왕설래를 거듭해 내부적으로는 깊은 얘기가 오가고 있음을 감지케 한다.

李고문의 한 측근은 대표에 취임할 경우 향후 경선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조건'이 붙었다는 설에 대해“모든 것을 金대통령의 뜻에 따른다는게 기본입장”이라면서도“대표에 취임하면 경선을 포기해야 한다는게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제부총리설이 나도는 신한국당 이상득(李相得)정책위의장은 2일 하루종일 인천서구의 보궐선거 지원유세를 했다.경제회생을 위해 기업인출신이 부총리자리로 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도는 가운데 李의장은 평소 지론인'허리띠 졸라매기'를 강도

높게 역설,주목을 끌고 있다.

총장설이 나도는 박관용(朴寬用)의원은 아침 일찍 자택을 나섰고,서석재(徐錫宰)의원은 부산으로 내려가 언론과 접촉을 피했다.

민정계의 강경식(姜慶植).박희태(朴熺太).강재섭(姜在涉)의원등은 개인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문민정부아래에서 별로 빛을 못봐 어떤 식으로든 배려가 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그러나 이들은“우리에게까지 자리가 오겠느냐며 한결같이 조심스런

반응.시월회 대표 자격으로 청와대에서 金대통령과 독대한 사실이 알려진 뒤 노동부장관설이 돌고 있는 유용태(劉容泰)의원과 교육부 장관설이 나도는 현승일(玄勝一)국민대 총장측은“아무런 얘기를 들은게 없는데 언론이 섣불리 거론하지 말아달라”고 주문.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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