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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인터넷 폭력영화로 시간 때우는 중3 교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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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학교 3학년 교실의 수업 파행이 도를 넘고 있다. 학생들은 등교하지만 대부분 교실은 개점휴업 상태다. 정상 수업 대신 자율학습이나 시간 때우기식 체험학습·특강으로 채워지고 있다. 올해부터 서울 지역 특목고 입시에서 3학년 2학기 기말고사 성적까지 반영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입시 일정에 맞추느라 각 중학교가 지난달 중순 기말고사를 앞당겨 치른 뒤 학생·교사 모두 교과서를 놓아버린 것이다.

문제는 겨울방학 때까지 한 달여의 수업 공백이 학생들에게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중학교 과정을 잘 마무리해야 할 시기가 오히려 학교·교사에 대해 실망하고 ‘대충대충’과 ‘얼렁뚱땅’이나 익히는 시간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학교에서는 교사가 자율학습을 이유로 교실에 들어오지도 않는다고 한다. 학생들은 이 시간에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폭력 영화를 보며 시간을 때운다. 체험학습이라며 하루 종일 놀이공원이나 영화관에서 보내기도 한다. 심지어 점심시간에 집에 다녀오거나 아예 현장학습 신청을 하고 며칠씩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생도 있다고 한다. 이런 중3 교실에서 학생들이 과연 뭘 보고 배우겠는가.

중학교 교육을 고교 진학 수단으로만 간주해 고교 입시가 끝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선 곤란하다. 그건 교육을 포기하는 행위다. 법으로 정해 놓은 수업일수 중 하루라도 허비해선 안 된다. 겨울방학 때까지 남은 기간에 특별교육과정을 편성해 학생들에게 알차고 보람된 시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 필독서 읽고 독후감 쓰기, 외부 인사나 선배와의 대화, 고교 대비를 위한 수준별 보충 강의 등 방법이 왜 없겠는가.

근본적으로는 특목고 입시 일정을 조정해 중3 기말고사 시기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 그래야 겨울방학까지의 기간을 최소화해 수업 공백을 줄일 수 있다. 그러려면 특목고의 고충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방학 때까지 입시 업무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특목고 교사가 540명이다. 중3 학생 12만3000여 명의 정상적 교육이 이들의 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