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리 핵폐기물 처리기술 세계적 수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세계 원자력계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필연적인 폐기물을 얼마나 안전하고 싸게 처리하는 지를 놓고 기술 전쟁을 치루고 있습니다."

▶ 원자력환경기술원장 송명재 박사

원자력 폐기물을 유리안에 가둬 방사능 오염 없이 안전하게 처리하는 기술로 영국 국제 인명기관(IBC)의 '2004년 세계의 과학자' 2000명에 선정된 원자력환경기술원장 송명재(宋明宰.55) 박사는 "한국의 원자력 폐기물 처리 기술은 세계 수준에 올라 왔다"고 말했다.

원자력환경기술원은 한전의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연구소로 대전 대덕연구단에 있다.

그는 "앞으로 50년 이상은 원자력을 따라 올만한 에너지 자원이 없다"며 "풍력.태양 전지는 아직까지 실용화 하기에는 기술의 벽이 너무 높다"고 말한다.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은 탁월하다.최근 제주도 등에 시험중인 풍력 발전의 경우 건설비는 원자력 발전소의 80% 정도지만 경제성이 떨어진다.원자력의 경제성에 비하면 7~8% 수준이다.한마디로 바람이 많이 불면 양질의 전기를 얻을 수 있지만 바람이 약하면 산업용 전기로 쓸 수 없는 불량 전기가 나온다.따라서 전체적인 생산 원가가 원자력의 4~5배 수준까지 올라간다.현실적으로 대체 에너지원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는"대체 에너지로 각광받는 태양열 전지의 경우도 아직까지는 원자력 발전의 10배 정도 원가가 높다.특히 태양 에너지를 저장하는 배터리 성분의 환경 오염도 문제로 남아 있는 것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기존 화력 발전에 많이 쓰이고 있는 석탄의 경우 발전 원가가 약 5% 정도 원자력보다 비싸다.폐기물 부피 역시 원자력의 10만배 수준이다.따라서 환경 자원으로는 좋지 않다.특히 석탄은 연료비 비율이 원가의 절반을 넘어서는 것이 문제다.수입에 의존하는 석탄 가격이 폭등할 경우 전기값도 덩달아 오를 위험이 있다.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적당하지 않다.원자력의 경우 원료인 우라늄의 원가 비중은 3%에 불과하다.

이처럼 경제성이 탁월한 원자력 발전은 필연적으로 나오는 폐기물이 골치다.지난해 떠들석했던 부안 핵폐기물 처리소 계획이 바로 폐기물 저장 시설이다.당장 울진 원자력발전소의 폐기물 창고는 2008년에 완전 소진된다.

핵 폐기물은 중저준위.고준위 폐기물 등 두가지로 나뉜다.고준위는 핵연료봉 안에 들어 있는 우라늄이 타나 남은 찌꺼기를 말한다.방사능 농도는 높지만 부피가 적은 데다 액체 상태라 오히려 처리가 쉽다.화학 성분을 넣어 유리 성분으로 만든 뒤 드럼통에 모아 콘크리트 벽으로 만든 창고에 보관하면 된다.

중저준위는 우라늄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작업자들이 입었던 옷과 휴지 등 생활 쓰레기 형태로 부피가 큰 것이 문제다.

폐기물의 가장 큰 적은 물의 침투다.드럼통에 모아 둔 폐기물에 물이 닿아 지하수로 스며 들 경우 치명적인 지하수 오염이 우려된다.방사능 폐기물은 물이 침투해도 유리에 갖혀 있으면 안전하다.

송박사는 이 점에 착안했다.부피가 커 보관이 어려운 중저준위 폐기물을 고열로 연소시킨뒤 분자 상태로 분리한다.이후 화학성분을 첨가해 유리처럼 만든다.즉 방사능 물질을 유리에 가둔다.폐기물 부피가 20분의1로 주는 데다 물로 인한 오염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렇게 부피를 줄여 유리화한 폐기물을 드럼통에 담아 콘크리트 창고에 보관한다.30년 정도 반감기가 지날 경우 방사능은 인체에 무해한 수준으로 떨어진다.이같은 처리 방식을 2003년 완전 실용화해 국제 특허를 신청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안전성이 확보돼 기술 수출도 가능하다"며 "현재 미국원자력발전소(TBA)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기술은 2007년 울진 폐기물 저장소에 첫 선을 보인다.

송박사는 남성고,서울대 원자력공학과를 졸업했다.이후 한국전력에 입사해 한국 첫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발전소에서 폐기물 담당 과장을 지냈다.그후 미국 유학을 떠나 피츠버그대에서 석사,미시건대학에서 이학박사를 받았다.

대전=김태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