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불법이민 규제에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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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프랑스의 새 이민법안이 범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고 있는 가운데 영국.독일등 유럽 각국도 불법이민을 규제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프랑스는 알제리등 아프리카,독일은 터키와 동구권,영국은 인도와 파키스탄및 중동국가에서 각각 이민자들이 끊임없이 몰려드는 바람에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프랑스는 최근 국적취득 요건강화와 지문날인.강제추방등을 골자로 외국인 불법이민자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한 일명'드브레 법안'이 인권유린이란 비난에 직면하면서 이민법 파동에 휩싸이고 있다.

영화계 인사들의'불복종 운동'으로 촉발된 이 파동은 현재 문학.예술.종교.법률계와 야당인 좌파,노동조합까지 반대 물결에 가세함으로써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고있다.

이같은 반대 여론에 밀린 프랑스 정부와 여당은 법안의 골자는 그대로 유지한채 쟁점이 돼온 초청자의 피초청자 출국통지 의무를 완화하는 수정안을 만들어 여론무마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또 최근 여론조사에서 69%의 국민이 법안을 지지한다는 결과를 앞세워 이민법안을 강행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반대운동에 정면대응도 불사할 태세다.

반면 반대운동을 주도한 시민세력들은“법안은 프랑스를 극우 정당화하는 악법”이라고 비난하며 전면적인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이들은 지난 22일에 이어 25일 의회 앞에서 또 한차례 대규모 시위를 열어 정부.여당에 대한 압력을 가중하고

반대열기를 고조시킬 계획이다.

독일도 베를린장벽이 붕괴되면서 87년부터 91년사이 동구권 출신의 이민자들이 4배로 급증하자 이민법을 강화하자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독일의회는 93년 망명법 개정을 통해 마구잡이 이민을 통제,지난해 1만3천명의 망명신청자를 본국으로 강제송환했으나 현재 7백60만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어 여전히 이민 천국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 피초청자의 경제력에 대한 평가 파일을 만들자는 내용의'드브레 법안'과 흡사한 법률을 제정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프랑스와 같은 이민법 파동도 예상되고 있다.

2백만명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는 영국은 71년부터 까다로운 입국심사를 거치도록 이민법을 강화,아프리카와 아시아 출신의 불법이민을 사실상 차단한 상태다.

그러나 불법이민이 줄어들지 않자 지난해엔 불법이민자의 노동에 대한 법을 개정,고용주의 처벌과 불법이민자의 노동현장에 대한 경찰의 수색권도 강화했다.

또 망명을 통한 이민도 규제하기 위해 89년까지 망명신청자중 80%를 인정했으나 지난해엔 신청자 4만4천명중 겨우 5%만 인정했다.

한편 프랑스 시민단체와 좌파 연대세력은 28일부터 30일까지 북부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릴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전당대회에 맞춰 프랑스와 유럽 각지에서 반(反)극우 시위를 펼칠 예정이어서 이민법 파동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파리=고대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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