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7년 만에 정권교체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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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반정부 시위대의 방콕 공항 점거로 혼란이 극에 달했던 태국 정정이 수습의 돌파구를 찾았다. 태국 야당인 민주당이 군소 정당 등과 연합해 연립정부를 구성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권 세력이 반발하고 있어 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태국은 2일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힘(PPP) 등 3개 집권 연정에 대해 선거법 위반 결정을 내린 뒤 솜차이 웡사왓 당시 총리가 사퇴해 차와 찬위라꾼 부총리가 총리대행을 맡고 있다.

민주당의 수텝 트악수반(사진) 사무총장은 6일 밤 기자회견에서 “국가위기 극복을 위해 정당 대표들이 새로운 연정을 만들기로 합의했으며 이른 시일 내에 분열된 사회의 봉합과 국가 신뢰, 경제 회복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는 연정에 참여할 민주당과 찻타이 등 4개 정당, 집권당이었던 PPP의 중도계파인 뉴인 칫촙 파 대표들이 모두 참가했다. 연정이 실현될 경우 하원 현재 의석의 반수가 넘는 252석을 확보한다. 태국 하원 총 의석은 480석이지만 PPP 연정 3개 정당이 해체되면서 33명이 의원직을 상실했고 7명도 선거부정 혐의로 의원 자격이 정지돼 현재 하원 총 의석은 440석이다. 태국 하원은 당초 8일 임시의회를 소집해 차기 총리를 선출할 예정이었으나 아직 정당 간 이견이 조율되지 않아 의회를 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야권의 연정 구성이 합의됨에 따라 조만간 의회에서 연정 중심당인 민주당(165석)의 아비싯 웨짜지와 총재가 차기 총리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해체된 PPP 소속이었던 솜차이 전 총리는 “현재 상황은 1라운드에 불과하다. 권투는 12라운드이기 때문에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PPP가 주도하는 정계 개편이 아닐 경우 시위를 벌이겠다는 의미다. PPP는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체 판결을 염두에 두고 대체 정당인 ‘푸에아 타이’를 창당했으며 7일 차기 총리 후보로 나설 당 대표로 전직 내무부 고위 관료 출신인 용윳 위차이딧을 선출했다.

한편 9일 동안 공항을 점거했던 반정부 단체 국민민주주의연대(PAD) 측은 새 총리가 탁신 계열 정파에서 나올 경우 또 반정부 시위를 벌이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탁신 전 총리가 창당한 타이락타이(TRT)는 2001년과 2005년 총선에서 승리했으나 2006년 9월 군부 쿠데타로 정권에서 물러났다. TRT는 선거법 위반으로 2007년 헌재의 정당 해체 판결을 받았다. TRT의 후신인 PPP는 그해 ‘12·23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면서 다른 5개 정당과 연정을 구성했다.

방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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