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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칸 최연소 남우주연상 日 14세 야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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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연기라곤 생전 처음 해본 일본의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칸 영화제의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23일 오전(한국시간)에 열린 제 57회 칸 영화제 시상식에서 사상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받은 야기라 유야(柳樂優弛.14)군은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내가 지금 속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말해 본인도 전혀 예상치 못한 수상에 놀라워했다.

야기라가 출연한 영화는 '아무도 모른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로, 엄마가 실종된 뒤 4남매의 장남이 어린 동생들을 홀로 돌보는 내용. 장남 역할을 맡은 야기라의 감성 연기가 수상의 영광으로 연결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중간고사 때문에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던 야기라는 이날 집에서 잠을 자다 감독의 전화를 통해 낭보를 전해 들었다.

야기라는 2년 전 "TV에 출연하고 싶다"는 막연한 호기심에 연예 프로덕션에 들어갔고, 오디션을 거쳐 처음 출연한 작품이 바로 '아무도 모른다'였다.

고레에다 감독은 "오디션에서 만난 순간 그의 강렬한 눈빛에 끌려 주역으로 결정했다"며 "촬영이 진행된 1년 동안 성숙해가는 야기라의 모습이 영화에 그대로 반영된 점이 높게 평가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야기라는 촬영 기간에 키가 12㎝나 자랐다.

기자회견장에서 야기라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는 것 같았다.중간시험도 망쳤다"며 보통 중학생다운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영화 이야기가 나오자 "이 영화를 통해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을 내팽개치지 말라', 어린이들에게는 '역경에 굴하지 말고 전향적으로 생각하라'는 메시지를 전했으면 한다"며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아무도 모른다'는 일본에서 올 여름 개봉된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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