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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물류창고 또 불나 6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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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경기도 이천의 대형 물류창고에서 5일 불이 나 인부 6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2명이 중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천에서는 올 1월 호법면 유산리 냉동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40명이 숨졌었다. 이번에 불이 난 창고는 1월 화재 창고에서 6㎞ 떨어져 있다.

◆화재 발생=5일 낮 12시10분쯤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장암리의 서이천물류센터 창고에서 불이 났다. 불은 A·B 동 2개의 건물 중 앞쪽에 있는 A동(지하 1층, 지상 2층)을 모두 태웠다. 화재 발생 3시간여 만에 큰 불길이 잡혔고 불티가 인근 야산으로 번져 임야 일부를 태웠다. 불이 나자 헬기 2대와 소방차 54대, 굴착기 2대, 크레인 2대 등 장비와 소방관 280여 명이 동원돼 진화작업을 벌였으나 거센 불길과 유독가스 때문에 구조 및 진화가 늦어졌다. 큰 불길이 잡힌 후 지하층 냉장실 안에서 작업하던 인부 6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화재가 발생한 A동 지하층에서는 물류 업체인 남강로지스틱스 인부 21명이 물품 분류작업을 하고 있었다. 사고 당시 인부들은 냉기가 밖으로 새지 않도록 셔터를 내린 채 작업하는 바람에 대피가 늦었다.

◆1월 사고와 판박이=화재 당시 물류창고에서는 8개 물류업체 직원 72명이 작업 중이었다. 다행히 불이 점심식사 시간에 발생하는 바람에 인부들이 대부분 창고를 떠나 있어서 인명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1월 냉동창고 화재처럼 작업시간에 발생했다면 피해자는 더 늘어났을 뻔했다.

1월 화재도 용접작업 중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에는 냉매 주입 작업장 옆에서 용접작업을 하던 중 불똥이 튀어 화재가 시작됐다. 당시 자동 방재 장치를 꺼놓아 방화문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사고가 커졌다. 사고가 난 창고가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졌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패널 사이의 스티로폼이 타면서 유독성 가스가 뿜어졌다. 이천소방서 관계자는 “유독가스는 삽시간에 퍼지는 데다 진화와 구조 작업을 지연시켜 대형 인명 피해가 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삽시간에 불길이 물류창고에 번진 점에 주목, 이 물류창고가 소방시설을 제대로 구비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할 예정이다.

◆경찰, 화재 원인 조사=경찰은 화재 현장에서 탈출한 인부들의 말 등을 종합해 볼 때 지하층의 다른 냉장실에서 용접 작업을 하던 중 불이 튀어 화재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사망자가 발견된 냉장실과 2~3m 통로를 사이에 둔 건너편 냉장실에서 물류센터 관리회사의 인부 2명이 문 수리를 위해 용접 작업을 하고 있었다. 경찰은 용접 인부 2명을 불러 정확한 화인과 함께 안전규정 준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천시와 이천소방서에 따르면 불이 난 물류창고는 2005년 10월 사용승인을 받은 이후 건축물 안전점검을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 자체적으로 실시해 왔다. 시는 그동안 보고받은 점검 결과 이상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천=정영진·강기헌 기자

◆사망 및 실종자 명단(모두 남성)=▶경장수▶손성태▶정원▶김웅원▶김준수▶김태영▶이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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