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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공연 대결하자 했더니 서태지가 삐쳤나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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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태지(서태지)가 삐쳤는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에 답장도 안하네요.하하.”

4년의 공백 끝에 밴드 ‘넥스트’를 5인조로 정비하고, 6집 앨범 ‘넥스트 666’을 발표한 가수 신해철(40·사진). 그는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정도 음반이면, 서태지 밴드와 공연 대결을 해서, 진 팀이 해산하는 승부를 걸 만하다”고 말했다. 서태지는 그의 외가쪽 6촌 동생이다. 이 말이 일부 언론에 ‘진지하게’ 보도되면서 그는 당혹스러웠다고 했다.

4일 서울 삼각지의 사무실에서 만난 신해철은 “그만큼 앨범의 완성도에 자신이 있다는 얘기였을 뿐”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번 앨범은 총 3부작으로 구성된다. 8일 발매되는 앨범은 1부작이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나머지 앨범은 내년 말까지 순차적으로 나온다.

넥스트의 앨범은 사회 비판적이고 도발적인 주제로 늘 관심을 모아왔다. 이번 앨범의 주제는 ‘사이버 펑크’다. 이는 미래를 예견하는 주류 과학소설계의 흐름을 말하는 용어다. 그는 이 주제를 5년 전부터 고민해 왔다고 했다.

“쉽게 말해 영화 ‘토탈리콜’이나 ‘매트릭스’가 사이버 펑크죠. 과학소설과 영화에 나오는 것들이 차츰 현실화되면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문제에 부딪히게 됩니다. 기억을 임의로 소거하고, 영혼까지 재단하는 세상이 멀지 않았다는 거죠. 사이버 펑크는 먼 미래가 아닌, 현실의 문제라는 것을 음악으로 표현했습니다. 666은 세기말의 음울함과 공포를 표현한 것이지, 기독교와 관련은 없습니다.”

그는 5집 앨범 ‘개한민국’이 직설적 화법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우화를 통한 현실 비판이라고 말했다. 판타지로 포장된 5곡의 노래를 파고들면, 현실과의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터널 윈터 스위트’에 등장하는 나쁜 용은 불법 다운로드를 상징하고, ‘댄스 유나이티드’는 성장 우선주의 사회에서의 인간 소외를 다뤘다. ‘사이버 부다 컴퍼니 LTD.’는 인간이 자신들의 욕구에 부합하는 신을 만들어낸다는 내용. 그는 “가까운 미래에 종교가 철저한 고객 만족 비지니스로 변할 것이라는 암시”라고 설명했다.

‘증오의 제국’은 극단적인 양극화 시대에 벌어지는 비참한 상황들을 묘사한 노래다. 그는 “국가와 사회안전망의 소멸, 극단적인 사회 양극화가 결코 공상이 아니라는 것을 3부작 앨범을 통해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사운드보다는 20세기 음악의 위대한 유산을 이어받아, 넥스트의 장기인 ‘혼성모방’을 했습니다. 휴대전화 벨소리용 음악이 판치는 세태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죠. 작가주의적으로 만든 이번 앨범이 최소한의 인정도 받지 못한다면, 과감하게 음악계를 떠나야죠.”

글=정현목 기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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