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엘리트 産室 국립행정학교-學緣 부패로 存廢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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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프랑스의 최고 엘리트 양성학교인 국립행정학교(ENA)가 존폐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

최근 프랑스에 불어닥친 사정(司正)바람 속에서 ENA의 학연(學緣)및 집단이기주의가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의 뿌리가 돼왔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범국민적 반발에 부닥친것이다.지난 45년 설립된 ENA는 공무원이나 대학졸업자중 한해

1백명도 안되는 최정예 인력을 선발,예비 고위공직자를 양성하는 프랑스만의 독특한 제도.

정계에서 자크 시라크 대통령.알랭 쥐페 총리.필립 세갱 하원의장.리오넬 조스팽 사회당(PS)서기장등 좌.우파를 망라한 주요 정치인 대부분이 포진하고 있다.

재계도 자크 칼베 푸조회장등 프랑스의 2백대 기업중 50%를 ENA 출신이 독식한 실정이다.

이에대해 지난달'ENA체제에 반대하는 모임'이라는 시민단체가 결성됐다.

이들은“프랑스대혁명때 바스티유감옥을 탈취한 것처럼 이제 비민주주의의 온상인 ENA에 항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은행가.기업가.변호사.교수들도'헌장98'이라는 탄원서에서 ENA 폐지를 첫번째 요구사항으로 내세웠다.

정계에서도 로랑 파비우스 전총리가 ENA 폐지론를 들고나왔고 집권여당 공화국연합(RPR)의 장 미셸 푸르구 의원은 ENA 폐지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국가요직을 ENA 출신들이 독식한 만큼 이들의 반발도 만만찮다.선발과 교육과정을 더욱 폭넓게 개방하고 현대화하는데는 동의하지만 ENA의 긍정적 기능을 평가해야 한다는 완강한 입장이다.

[파리=고대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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