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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절차 밟게될 논노 어떤 회사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90년대초까지 국내 여성패션을 리드했던'논노'브랜드가 결국 소비자들의 기억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70~80년대 국내 여성패션의 정상 자리를 고수했던 논노인 만큼 감회에 젖을 소비자가 적지않을 것이다.여성패션 만큼 부침이 심하고 외국 브랜드 유입이 심한 곳이 없는데 논노 브랜드는 당시 소비자들에게'한국의 대표적 여성패션 브랜드'로 기억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논노 법정관리 폐지 조치는 부도 위기에 직면한 논노의 법정관리신청이 92년12월 서울민사지법에 의해 받아들여진지 4년2개월여만의 일이다.

그동안 법정관리를 통해서나마 재기를 꿈꿨지만 결국 무위로 돌아간 것이다. 서울지법 민사50부(재판장 權光重부장판사)는 14일“더이상 회생 가능성이 없어 법정관리를 폐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회사에 대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항고절차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회사는 마지막 청산절차를 밟아 공중분해의 길을 걷게 됐다. 〈본지 15일자 31면 참조〉 논노는 창업자 유승렬(柳昇烈) 회장이 상고를 졸업한뒤 기성복이 전무하던 당시 자신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여성복 맞춤 양장점 경영에 참여하면서 시작된 업체다.

71년 국내 최초로 니트웨어 전문 여성복업체로 탈바꿈해 설립된 논노는 국내 처음으로 기성복 브랜드 개념을 도입해 패션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그후 논노는'논노''샤트렌'등 일반 여성들에게 널리 알려진 고유브랜드만 13개로 늘렸다.80년대 들어 판매전담회사인 논노상사및 논노익스프레스,광고및 건설업체인 스페이스 리서치,설악파크호텔등 4개 계열사를 거느리는등 사세를 더욱 키웠다.

92년3월 재산보전처분결정이 내려지기 직전까지 논노는 전국에 대리점만 1천6백여개에 종업원 3천여명,연간매출 2천8백50억원에 이르렀다.삼성물산.반도패션.제일모직등 대기업이 경영하는 패션업체를 제외하고는 최대 패션전문업체로 자리잡았고 숙녀복시장에서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10~15%에 달했다.

그러나 논노는 88,89년 내수경기 호황을 틈타 패션수출업체들이 잇따라 내수시장에 진출,공급물량이 수요의 거의 2배를 웃도는 가운데 전개된 과당경쟁으로 큰 몸살을 앓았다.여기에 90년대 들어 시작된 경기침체로 극심한 판매부진을 겪었고 과다한 부동산투자도 자금난을 초래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92년3월 돌아오는 어음 결제를 막지못해 거래은행들로부터 1백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받아 부도 위기를 모면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당시 논노의 부채규모는 4천26억원에 달했다.

법정관리뒤 논노는 대규모 인원감축과 보유 부동산 매각등 적극적 자구노력으로 한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듯했다.그러나 부동산경기 침체로 부동산 추가 매각이 어려워지고 판매부진이 계속되면서 95년11월 법정관리 아래서 또다시 부도를 내 결정적인 파산위기에 몰렸다.

이 과정에서 유승렬회장이 법정관리중에도 여전히 자금관리에 영향을 미쳐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려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2차 부도 직후인 95년12월 법원은 부동산 개발회사인 세원기공 경영진에 경영권을 넘겨주기 위해 협상을 벌이던중 당시 법정관리인이던 유익재(兪益在)씨 자살사건이 돌출해 협상이 수포로 돌아가는 곡절도 겪었다.

논노는 지난해 7월 부채 일부를 탕감하고 상환기간을 연장하는등의 내용을 골자로한 회사정리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하고 지난달 22일에도 이를 수정해 다시 내기도 했지만 결국 법원으로부터 기각당해 사실상 법정관리 폐지가 예고됐다. <이수호 기자>

<사진설명>

논노가 법원의 법정관리 폐지결정에 따라 파산절차를 밟게됐다.사진은

서울 명동에 위치한 논노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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