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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작물 품종 따라 농민들 "울고 … 웃고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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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최근 가격 폭락에 실망한 농민들이 무를 뽑아 버리고 있다.

▶ 시세가 지난해보다 20% 이상 올라 비싸게 팔리는 감자를 수확하는 농민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완주·보성=양광삼 기자

요즘 농촌에선 봄 감자를 캐는 재배농가들은 함박웃음을 짓고,무를 심은 농가들은 한 숨만 내쉬어 작목 선택에 따라 농민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감자 값은 크게 오른 반면 무는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 "종자대금도 못 건져요"

전북도내 봄 무 생산지인 완주군 용진면 구억리에 가면 허옇게 널부러진 무를 비닐하우스 주변이나 도로변 등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또 일부 밭에는 수확기가 넘었는 데도 잎이 노랗게 말라 죽은채 방치된 무도 수 천평에 이른다.

무 값이 폭락해 도매상들이 찾지 않아 판로가 막힌 농민들이 무를 버리거나 아예 수확을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 김용숙(여.58)씨는 "거저 가져가라고 해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 종자대금도 못 건질 정도다"며 "다른 채소라도 심으려면 무를 모두 갈아 엎을 수 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장수.무주군 등 도내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재 밭떼기로 거래되는 무 값은 한 마지기(200평)당 20만원선. 이는 지난해 이맘 때 (100만원)보다 80% 나 폭락한 것이다.

한 마지기의 무를 심는 데 들어가는 종자대금 80만원을 건지는 것은 어림도 없다. 그나마도 무를 사겠다는 도매상들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무 도매상 이모(46.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씨는 "시중 가격도 크게 떨어져 무를 밭떼기로 사 올 경우 운송비도 남지 않아 올해는 무 도매업을 포기했다 "고 말했다.

때문에 농민들은 무를 버리거나 갈아 엎는 등 수확 포기가 잇따르고 있다.

완주군 용진면 구억리 일대 무 재배면적 90여㏊(60여 농가) 중 70%가량이 수확을 포기한 것으로 군은 추정하고 있다.

전국농민회 총연맹 송용기 전북도연맹 의장은 "정부가 수급조절 시스템을 전면 개선해야만 시설채소 가격폭락을 막을 수 있고 농민들도 안심한 가운데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감자가 효자 작목"

지난 19일 오후 2시쯤 봄 감자 주생산지인 정읍시 태인면 태남리 일대 비닐하우스에서 감자를 캐는 농민 10여명의 얼굴은 싱글벙글이었다. 감자가 그 어느 해보다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금 값인 감자 한 알이라도 상처를 입히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호미질을 하는 모습이었다.

농민 이신권(52)씨는 "지난 겨울에 적자를 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감자를 심었는데 이렇게 가격이 올라 농민들의 소득증대에 보탬이 될 줄은 몰랐다"고 기뻐했다.

이 일대 농민들이 출하하는 감자 값은 한 상자(20㎏)에 2만6000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만1000원보다 5000원이 올랐다.

농민 최성호(55)씨는 "올해는 감자 값이 크게 올라 수확 초기인 지난달 말에는 한 상자에 최고 5만원에 출하한 농가도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농민들의 올해 감자 재배 평균 소득은 한 마지기(200평)당 143만원으로 지난해 106만원보다 높아졌다. 특히 쌀 96만원, 보리 32만원보다 크게 높다.

게다가 가을 감자를 심어 2모작을 할 경우 쌀 소득의 두 배 이상 높다.

전북도 신현승 원예작물계장은 "감자 값이 올라 농민들이 올 가을 감자재배 면적을 늘려 가격 폭락이 걱정된다"며 "재배면적을 적당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농민들을 지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형식 기자 <seohs@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 <yks23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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