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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벤처를 지원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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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전기절약부터 차근차근 다가서기

독일의 에콜로지 마을

에칸페르데 사람들이 정원을 열심히 가꾸는 행동에는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 이상의 목적이 숨어있다. 환경정책에 사활을 건 지역이니만큼 이곳의 환경의식은 타 지역에 비해 월등하다. 주민들은 생활 속에서 물 절약과 전기 절약을 지키고 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물 절약의 중요성과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이다. 지역에 자리한 크고 작은 회사에서도 물과 전기를 아끼느라 재밌는 아이디어 제품들을 수시로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생겨난 기발하고도 아름다운 정원과 화단들은 마을의 자부심이다. 주부들은 집 앞 화단과 작은 정원을 울창하게 가꾸어 여름에 따로 냉방비가 들지 않도록 하는데 지붕 주변을 열대식물로 장식하면 에너지 절감 효과가 두드러진다고 한다. 절약정신 조차도 감각적이고 미학적으로 승화시키는 이들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면 얻을 것이 많다. 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이 지역의 자랑으로 손꼽히는 ‘독자적인 전기요금시스템’이다. 이는 ‘에칸페르데 요금’으로 불리며 다른 도시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이는 전기 사용량을 제한하기 위해서 전력 수요가 많은 시간대의 전기요금을 비싸게 하는 제도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에는 요금이 저렴해진다.

요금체계는 모두 아홉 단계로 나눠지는데 1kw에 최고는 균일 요금의 3배이며 최저요금은 균일 요금의 절반이하이다. 특정 인물에게 요금을 과하게 부과시킬 수는 없다는 규정 때문에 이 제도는 아직 활개를 다 펼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의 에너지 감소율을 보자면 80%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 실험은 미래의 에너지 정책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며 스위스나 일본 등 앞서가는 환경도시들은 이미 예비시험을 모두 마친 상태이다.

에칸페르데 시에서는 에너지 워킹 그룹을 만들어 십 년 넘게 운영해오고 있는데 이를 통해서 실시된 에너지 절약 효과도 눈여겨 볼만 하다. 에너지 워킹 회원들은 건물의 냉난방이나 조명 등에 따른 전력 소비를 체크하고, 에너지 사용방안의 개선점을 작성해왔다. 그렇게 해서 이루어진 에너지 절감 효과는 총 40%에 이른다. 이는 다른 도시들에서 남용되고 있는 모든 전기 에너지들이 지금보다 절반 정도는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에칸페르데는 에너지 공사 서비스 센터를 중심가에 설치하여 에너지 절약형의 세탁기나 식기세척기 등의 추천 상품을 전시하며 시민들에게 꾸준히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와 같은 에너지 절약상품이나 태양열 온수기, 가스난로, 온수배관 등을 구입할 때는 공사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 시민들의 참여율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에칸페르데가 환경수도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에게 꾸준히 정보를 제공하고 그에 따른 이익효과를 눈에 보이도록 홍보한 까닭이다.

환경문제를 환경 하나만 보고 접근한다면 효율을 기대하기 어렵다. 환경문제는 경제와 복지 등 다방면의 효과를 염두에 둬야 한다. 환경을 뜯어고치자고 새로운 예산을 투입하려는 마인드를 지양하고, 기존의 정책에서 들어가는 예산을 줄이면 환경을 더불어 지킬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노려야 한다. 에칸페르데의 경우 남용되는 전기를 막고 하수도 관리와 같은 부분에 일자리를 확대했더니 저절로 남는 예산이 생겨 운영능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환경 운동은 의식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행정상의 마인드를 전환시켜 운영능력부터 확보할 일이다.

태양열을 이용한 에콜로지 디자인

좀 더 확실한 대안, 환경벤처

알뜰하기로 소문난 이 도시가 과감하게 자본을 투자하는 분야가 있다. 그것은 바로 환경벤처 분야다. 이게 무슨 소린가 궁금하다면 에칸페르데의 기술과 에콜로지 센터를 방문해보면 알 수 있다. 이 건물을 찾아가보면 아름답고 소박한 호수가 보이는데 이는 빗물을 받아서 만든 친환경 호수이다. 억지로 전기를 들여 수돗물을 채워 만든 인공 호수는 이 건물 내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환경을 위한 벤처센터이기 때문이다. 환경활동을 위한 녹색모임센터와 혼동하면 안 된다. 이곳은 순수 기업들로만 구성된 벤처 전쟁터다.

빌딩 안에는 45개 정도 되는 벤처기업이 입주해 있다. 벤처기업을 육성할 목적으로 만든 테크놀로지 센터는 독일 전체에 300개 이상이 있지만, 에콜로지를 정식 주제로 하는 곳은 이곳이 거의 유일하다. 그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프로젝트는 대부분 극비 사항이지만 센터의 에콜로지 마인드만큼은 건물 전체를 통해서 드러내고 있다. 바닥의 단열로는 유리입자를 사용하고, 콘크리트 대신에 플라스틱 볼을 철골 사이에 넣어 가볍게 하였다. 벽과 지붕의 단열에는 갈대와 아마, 양털 부스러기 등 12종류 이상의 자연소재를 사용했고, 난방 배관의 방호에는 목면을 이용했다.

모든 건축자재는 재활용 할 수 있는 것과 퇴비로 만들 수 있는 것을 이용하여 쓰레기 유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작업실 건물의 벽은 굽지 않은 점토를 사용했는데, 이 자재는 낮에는 열을 흡수하고 밤에는 방출하는 효과가 있어 획기적이다. 특수 설계한 이중벽은 따뜻한 공기를 아래의 틈에서 벽 속을 타고 올라가게 하고, 천장 근처에 있는 이중창을 통해서 다시 중앙정원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그리고 기온이 너무 높을 때는 창문이 자동으로 열려 열을 바깥으로 방출한다. 전면이 유리로 된 홀에서는 오직 태양열만을 이용해서 냉난방을 해결한다. 실내외에 되도록 많은 녹지대를 조성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작업 또한 주목할 만하다. 건물 안팎의 식물들은 쾌적한 공기를 만들 뿐 아니라 실내외 온도를 조절하는데 큰 몫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겨울철 바깥공기가 영하 20도로 내려갈 때도 건물 내부의 온도는 난방시설 없이도 6~7도를 유지한다. 건축 설계의 응용과 태양열, 빛과 바람, 식물 등에 이르는 자연적 요소를 이용하여 이만큼의 효과를 거둔 것은 혁신적이라고 할만하다.

처음부터 이런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던 것은 아니었다. 시작 단계와 과도기 단계에 있었을 때 외부의 시선은 줄곧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세계는 이 작은 도시에서 일어난 기적을 믿을 수밖에 없다. 환경을 배려한 건축 고안이 결과적으로는 경제적으로도 맞아떨어진다는 것을 에칸페르데가 증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 훌륭한 증명은 현재 세계 유수의 도시에서 활발하게 응용되고 있다. 그리고 에칸페르데의 환경센터에서는 지금도 수십 개의 환경벤처들이 신선한 아이디어를 구상하며 값진 땀을 흘리고 있다.

협조 / 이노우에 토시히코, 사계절 출판사 (번역 김지훈) 주요 참고문헌/ 세계의 환경도시를 가다 (이노우에 토시히코ㆍ스다 아키히사 편저) 기타 참고문헌 / 작은 실험들이 도시를 바꾼다. (박용남), 친환경 도시 만들기 (이정현), 도시 속의 환경 열두 달 (최병두), 친환경 도시개발정책론(이상광) / 사진제공 ㆍ 서울시

워크홀릭 담당기자 설은영 e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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