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와이어 no, 스턴트맨 no…'토니 자' 일당백 액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 태국 전통 무술인 무에타이를 영화로 살려낸 ‘옹박’의 주연인 토니 쟈는 리샤우룽(李小龍)-청룽(成龍)-리롄젠(李連杰)를 이을 차세대 액션 배우로 주목받고 있다.

"리샤오룽(李小龍)이 세냐, 청룽(成龍)이 세냐." 1970~80년대의 청춘들은 이런 의문을 한번쯤 가졌을 것이다. 권상우 주연의 '말죽거리 잔혹사'도 바로 이 주제를 가지고 주인공 현수와 친구 햄버거가 극장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정말 누가 더 셀까. 허허실실 청룽보다는 눈에서 독기가 느껴지는 리샤오룽이 한수 위일 것 같다.

그러나 그는 이미 불귀의 객이 됐으니…. 청룽 이후 동양 액션 스타는 리롄제(李連杰) 정도가 명함을 내민다. 그런데 리롄제는 스님이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무주공산에 가까운 동양 액션계의 패자는 누가 될 것인가. 강력한 도전자는 무에타이의 달인이라는 태국 배우 '토니 자'란다. 13년 동안 하루 10시간씩 무에타이 훈련을 하고, 무술 감독 파나 리티크라이에게 7년 전 픽업돼 영화에 걸맞은 액션 연기를 또다시 연마했다고 한다. 이렇게 '조기 교육'을 받은 토니 자에게서 나온 것은 '노 와이어, 노 스턴트'의 액션. 발바닥에 스프링을 단 듯 점프하는 동작과 합이 잘 맞는 격투 장면은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다.

토니 자가 출연한 '옹박'은 지난해 태국의 최고 흥행작이 됐으며 프랑스에서 281개관에서 개봉해 돌풍을 일으켰다. 옹박은 한 태국 시골 마을의 보물인 불상. 고아인 팅(토니 자)이 마을 사람들을 위해 도둑맞은 옹박을 찾아 도시로 나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도시는 불법 격투 도박사들이 판을 치고, 조직 폭력배들이 음험한 음모를 하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곳이다.

순진한 팅은 오로지 옹박을 찾겠다며 수십명의 조폭들과 싸우고, 격투기 시합에도 나간다. 줄거리를 따라 토니 쟈의 액션은 강도를 더해간다. 머리와 낭심을 빼고는 어디든 가격할 수 있는 무에타이의 현란한 기술도 마음껏 선보인다. 태국의 복잡한 뒷골목 시장에서 마치 '묘기 대행진'하듯 벌어지던 추격신은 점점 센 상대와 겨루게 되는 격투기 장면으로, 태국의 대명사라 할 만한 오토바이를 단 삼륜차'뚝뚝이'의 대추격전으로, 총 같은 흉기가 등장하는 마지막 결투 장면으로 수위를 높여간다.

펄펄 끓는 기름솥을 덤블링으로 뛰어넘고, 시장 바닥에 놓인 탁자를 장애물 경주하듯 연거푸 넘고, 달리는 지프 차의 밑바닥을 관통하며, 한꺼번에 몰려오는 무리들을 향해 뛰어올라 그들의 어깨를 징검다리 삼아 위기를 벗어나는 토니 자. 그의 액션은 신기(神技)에 가깝다. 뤽 베송이 이 영화를 보고 직접 편집하겠다고 나섰다는 일화도 수긍이 간다. 프랑스 개봉판은 물론 이번에 한국에서 상영되는 판도 뤽 베송 편집판이라 음악과 빠른 편집으로 영화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그러나 뤽 베송의 손길이 갔다하더라도 탈탈거리는 '뚝뚝이'로 스펙터클한 추격신을 찍는 감독의 능력, 와이어 없이 맨몸으로 연기를 해내는 토니 자의 뚝심이 없었다면 '옹박'이라는 희한한 영화를 못 만날 뻔했다.

홍수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