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게이트>검찰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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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2일 오후 대검청사에는 현직장관과 야당총재 핵심측근을 비롯,중량급 정계인사 3명이 1시간여 차이를 두고 연거푸 소환돼.
한보게이트'수사착수 이후 팽팽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신한국당 황병태(黃竝泰)의원은 소환통보시간인 오후2시 정각검정색 다이너스티 승용차편으로 청사현관에 도착.감색코트 차림의黃의원은 의외의 여유있는 표정으로 20여초간 사진촬영에 응했으며“정태수(鄭泰守)씨로부터 돈받은 사실이 있느 냐”등 쏟아지는기자들의 질문공세에는 다소 난처한 표정만 짓고 함구한뒤 10층조사실로 직행.
…오후2시27분쯤 조찬형(趙贊衡).신기남(辛基南).이상수(李相洙).추미애(秋美愛)의원등 율사출신 의원 7명과 승용차를 나눠타고 대검청사에 도착한 국민회의 권노갑(權魯岬)의원은 미리 대기하고 있던 당원 20여명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 는등 위풍당당(?)한 기세를 과시.
權의원은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어쨌든 이번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스럽다”며“그러나 정재철(鄭在哲)의원에게 받은 1억원은 40년지기라는 개인적 관계에서 이루어진 것일 뿐”이라고 주장.
…김우석(金佑錫)내무장관은 예정보다 20분쯤 빠른 오후3시40분쯤 지하1층 민원실을 통해 들어오다가 보도진에 발각(?)되는 바람에 다시 청사밖으로 나간 후 중앙현관을 통해 들어오는 촌극을 연출.
다소 상기된 표정의 金장관은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묵묵부답으로일관. …최병국(崔炳國)중수부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뭔가 더 있을 것 같은 기대는 안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해 그 배경을 두고 관심이 집중.
崔부장은“사실상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말이냐”는 질문에“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크게 진척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어렵다”고 모호하게만 답변.
崔부장은 19일 정태수씨 기소전까지는 수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
…최병국(崔炳國)중수부장은 鄭총회장이 자주 사용했던 하얏트호텔 객실의 폐쇄회로 TV 필름은 확보하지 못했지만 통화기록중 일부는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
그는 투숙중 통화기록을 확보했느냐는 질문에“일일이 확보하지는못했으며 다른 수사를 위한 단서라 말하기 어렵다”고 말해 사실상 시인.
…金장관은 12일 오전8시30분쯤 평소와 같이 출근,간부회의를 주재하고 구체적인 업무지시까지 내리는등 이날 오전10시 직전까지 소환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30분간 진행된 간부회의에서“내무 공무원들은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에 흔들리지 말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며 겨울철 화재예방 대책과 눈피해 지원방안등을 꼼꼼하게 챙기기까지했다는 것.
그러나 오전10시쯤 기자들이 들이닥치자 金장관은“방금 연락을받았다.그동안 고마웠는데 미안하게 됐다”고 말한 뒤 이수성(李壽成)총리에게 전화로 사의를 밝힌 뒤 행선지를 알리지 않고 오전10시10분쯤 외부로 나갔다.
〈정철근.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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