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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스 최전선 … CEO에게 듣는다 ② ㈜녹십초 박형문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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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로에 하면 떠오르는 세 얼굴이 있다. ‘김정문알로에’의 고 김정문 설립자와 ‘남양알로에’ 창업자인 고 이연호 회장, 그리고 막내격인 ‘녹십초알로에’의 박형문 회장(53)이다. 알로에를 건강식품으로 정착시켜 거대시장을 일군 3인방이다. 이 중 아직도 현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 회장의 행보가 흥미롭다. 지난해 10월 통합의료를 표방한 80병상의 녹십초한방병원을 설립한 그는 요즘 인체의 기혈을 돕는 건강요법에 푹 빠져 있다. 이를 이용해 최근 출시한 패치형 ‘해피-큐’도 히트상품의 대열에 올랐다. 단전을 중심으로 혈류의 흐름을 촉진해 여성의 생리통을 완화시켜 준다는 것이 원리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 알로에로 성공한 ‘살아 있는 전설’로 알려져 있다. 어떻게 알로에에 관심을 갖게 됐나.

“건강식품은 직접 체험하지 않고는 ‘미치지’ 못한다. 20대 초반에 어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지셨다. 병 구환을 위해 매주 알로에·영지 등 몸에 좋다는 것을 싸들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알로에가 그중 하나다. 어머니의 병이 점차 좋아지면서 이걸 사업에 적용하면 어떨까 하고 고민했다.”

-당시엔 생초를 그대로 사용하던 시절이었다. 어떻게 제품화할 생각을 했나.

“식품 허가를 신청했는데 관련 부서에서 근거가 없다고 거절당했다. 5개월 동안 담당 공무원을 매일 찾아가 사정을 했다. 이렇게 동분서주하며 근거를 찾아내 1985년 식품 허가를 받았다. 분말로 만든 베라정과 겔타입의 베라생, 아보센스 등 제품을 만들었는데 위장과 변비에 좋다는 소문이 돌면서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그 많은 원료는 어떻게 공급하나.

“경남 김해와 제주도 등지에서 수십 만 주를 생산했는데도 물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해외로 눈을 돌렸다. 고온다습한 환경이 좋다고 해서 아프리카를 위에서 아래까지 훑었다. 12개국을 돌아다녔는데 결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인근에 있는 피터즈버그에서 자생지를 찾아냈다. 차로 한 시간 반을 달릴 정도로 광활한 대지에 알로에가 자라고 있었다. 추장을 만나 60년 동안 지상권을 따냈다. 이곳에서 분말로 만든 100t 정도는 국내에 들여오고, 농축액 3000여 t은 유럽 등지로 수출한다.”

-알로에는 용도가 다양하다. 쓰임새를 말해 달라.

“알로에는 600여 종이나 된다. 이 중 식용으로 사용되는 것은 알로에 베라와 알로에 아보라센스, 사포나리아 세 종류다. 기록을 보면 고대 알렉산더 대왕은 다른 나라를 침공할 때 알로에 농장을 가장 먼저 공격했다고 한다. 병사들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다. 현대의학에서도 알로에의 세포 부활 작용을 활용해 흉터 없는 치료제로 다양하게 쓰고 있다.”

-국내 알로에 시장도 이젠 매우 커졌다.

“순수 알로에 건강식품의 시장 규모는 1500억원에 이른다. 초창기 3인방인 김정문알로에·남양알로에와 함께 전체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미백크림이나 선크림, 아토피용 등 기능성 화장품도 쏟아져 나온다. 보습력은 물론 상처 치료와 살균효과 등 기능성이 외국 제품보다 뛰어나 소비자들이 우리 것을 더 많이 찾는다.”  

-건강식품업계에서는 유일하게 한방병원을 설립했다.

“어린 시절 시골 집엔 우물이 있었다. 강바닥이 보일 정도로 가뭄이 들어도 깊이 4m밖에 안 되는 우물에선 동네 10가구가 먹는 물이 계속 흘러나왔다. 재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기업은 망할 수 있지만 치료기술을 가지고 있는 의료사업은 평생 지속적으로 물(돈)이 나오는 우물(재원)이 될 수 있다. 나는 이를 ‘우물 경영’이라고 한다.”

-다른 한방병원과 다른 점은.

“세계는 지금 통합의학으로 가고 있다. 한방도 과학과 접목해야 한다. 녹십초한방병원에선 여러 가지가 시도된다. 온열요법이나 기혈치료, 필링 테라피 등이 그것이다. 온열요법은 섭씨 48∼58도의 온열기에 몸을 집어넣어 열이 피부 깊숙이 침투하도록 도와준다. 여기에 기혈을 뚫어주는 침과 약을 쓴다.”

-어떤 환자들에게 좋나.

“우리나라는 중풍환자 재활에 소홀하다. 대학병원에서 응급 치료를 받고 후유증이 심하게 남은 상태라도 곧 요양병원으로 후송해 재활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환자에게 기혈을 소통시켜 주면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중풍으로 팔을 못 쓰고, 보조기를 사용하던 환자가 이곳에서 재활요법을 받고 혼자 걷거나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되는 것을 종종 본다.”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나.

“아스피린은 버드나무에서 추출한 성분이다. 페니실린은 곰팡이에서 나왔다. 알로에에서 특정 성분을 뽑아내 제약화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98년 설립한 녹십초중앙연구소에서 신물질을 연구 중인데 5년 내에 성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최근 상품화한 해피-큐의 반응은.

“생리통이 심한 딸을 위해 개발했다. 10년전 중학교 3학년인 딸이 유학을 가는데 아빠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고민하다 기혈의 순환에 착안했다. 미국의 사설연구소와 협력해 10년에 걸쳐 개발하고, 오랜 임상을 거쳤다. 현재 일본 수출이 성사됐고, 미국도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제품의 반응이 너무 좋다. 생리통으로 고생하는 여성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

고종관 기자

◆박형문 회장은=1956년 전남 구례 출생. 경희대 행정대학원 졸업. 미 워싱턴대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85년 녹십초 알로에 창업. 한국 키틴·키토산학회 부회장. 녹십초알로에·녹십초화장품·녹십초제약·녹십초여성건강을 아우르는 (주)녹십초 회장. 2007년 10월 HMP의료재단 녹십초한방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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