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게이트>속타는 채권은행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보철강의 일부 채권은행들이 정부의.추가 자금지원'에 반발할움직임을 보이고 있다.한보를 살리려다 자칫하면 은행까지 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보에 물린 돈만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정부가 돈을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계속 지원하라면 어떡하느냐는 항변이다. 그렇다고 경영진들이 드러내 놓고 반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라일단 외형적으로는 금융노련과 각 은행 노동조합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서울은행의 경우 자신의 몫으로 할당된 긴급지원자금을 6일까지도 내지 않고 있으며,다른 은행들도 이런 움직임에 묵시적으로 동조하고 있어 앞으로 한보에 대한 자금지원이 삐걱거릴 가능성이제기되고 있다. 제일은행등 16개 채권은행이 한보에 지원할 긴급자금 1천6백억원중 현재 법원으로부터 집행을 허가받은 대출자금은 5백억원.이 가운데 6%인 30억원을 지원키로 돼있는 서울은행은 지원예정일(31일)에서 1주일이 된 6일 현재까지 자금 을 입금시키지 않아 4백70억원만 모인 상태다. 서울은행 표순기(表錞基)상무는“지원을 않겠다는 얘기가 아니라아무리 급하더라도 최소한 대출관련 서류는 제대로 갖춰져야 자금을 집행할 것 아닌가”라면서“우리는 한보가 위험하다고 보고 어렵사리 거래를 줄여왔는데 이제 와서 다시 대출을 늘리라니…”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상업은행 관계자도“앞으로 은행권이 한보에 추가 투입해야 할 돈이 1조원이 될지,2조원이 될지,아니면 더 늘어날지 현재로선알 수조차 없다”면서“정상화가 어려운 회사를 끝까지 살리는 것과 이 시점에서.정리'하는 것중 어느 쪽의 출혈 이 적은지 냉정히 검토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한보철강 당진공장의 완공까지 1조원 가량 추가자금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포철 위탁경영팀은 2조원 정도 들것으로 예상했었다. 한편 각 은행 노조는 한보에 대한 추가 자금지원이 은행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제일.산업.조흥.외환은행등 한보에 대한 여신이 많은 4개 은행 노조는 지난달 31일 한보 지원문제와 관련한 특별대책위원회 를 만들어 공동 대처하기로 결의했다. 제일은행 노조관계자는“경영진들도 가뜩이나 사정이 힘든 판에 앞으로 한보에 3천억원이 넘는 자금을 더 지원하게 되면 뒷감당이 어렵다는 노조의 견해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재훈.김동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