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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로 충무해안 누벼-선장과 함께 직접 배몰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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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태킹(방향전환),태킹! 스키퍼(선장)의 지시에 따라 크류(선원)가 된 여행객들이 부지런히 시트(줄)를 감는다.흰색의 제노아(돛)가 바람을 한껏 받으며 펄럭거린다.요트가 기우뚱거리며 방향을 틀었다.그리고는 곧 잔잔한 수면을 미끄러지듯 달려간다. 한려수도의 겨울바다.따뜻한 남쪽바다엔 벌써 봄빛이 완연하다.갈매기떼들도 춘흥에 겨운지 요트를 따라 날갯짓이 부산하다. 지난달 31일 오후1시.8명을 실은 슬루프급(총톤수 4.5.길이 33피트.너비 11피트)요트가 한려수도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충무마리나를 출항했다.마리나는 요트 정박항을 말한다. 요트는 뱃전에서 부서지는 파도를 계속 밀어내면서 남쪽으로 향했다.마리나 입구에 서있는 흰 등대가 요트를 전송하듯 홀로 끝까지 서있었다.육지의 건물들이 갈수록 작아지면서 바닷물빛도 점차 시퍼렇게 변했다.멀리 한산도와 죽도가 보인다. 섬들은 녹색으로 짙푸르러 보는 이로 하여금 상쾌한 느낌을 준다.요트 선상에서 맞는 바닷바람도 신선했다.충무는.한국의 베네치아'라고 불릴 만큼 아름다운 도시다.요트에서 바라보는 충무항은.한번쯤 살고 싶은 도시'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세일 요트는 바람에 의지하기 때문에 모터 요트보다 느리다.하지만 느린 만큼 한려수도의 경관을 만끽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선장의 지시에 따라 왼쪽과 오른쪽으로 오가면서 요트의 균형을 잡았다.요트는 쓰러질 듯 기우뚱하면서도 체중이 옮겨갈 때마다 오뚝이처럼 다시 원형을 유지했다. 3시간30분만에 작은 섬 추도(楸島)에 닿았다.선장이 선착장에 배를 대자 여행객들이 조심스럽게 내렸다.추도는 통영시한산면에 속한 한가로운 섬이다.동쪽으로는 한산도,남쪽으로는 욕지도.연화도.비진도가 보인다.멀리 아름답기로 유명한 매 물도도 마치소가 누운듯이 얌전히 누워있다. 주민이라야 전부 50가구.섬 일주도로를 따라 한바퀴 산책하는데 1시간30분정도 걸린다.해안절벽이 가파르지 않아 초보자들이갯바위낚시 하기엔 안성맞춤이다. 추도에는 식당이 없다.육지의 번잡함이나 도시의 찌든 때라고는찾아볼 수 없다.수년 전부터 마구 불어난 야생꿩들이 이젠 너무많아 농작물에 피해를 줄 정도라고 한다.산비탈 묵정밭에는 꿩들이 마치 노는 닭처럼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모이를 쪼고 있다.방목하고 있는 흑염소도 거의 야생화돼 있다.사람이 접근하면 쏜살같이 가파른 산비탈을 타고 달아난다. 여행객들은 민가에서 바다메기.흑염소불고기등으로 저녁을 지어먹고 일부는 갯바위로 나가 밤낚시를 했다.요즘에는 망상어.볼락.열기등이 잡힌다.검은빛 바다 위로 삐쭉이 내민 야광 찌가 파도에 너울거린다.고기를 낚는 것인지 세월을 낚는 것 인지 사람들의 표정엔 말이 없다.섬사람들의 풋풋한 인정을 살포시 느끼면서하룻밤을 지새우고 요트에 다시 몸을 실었다. 귀항할 때는 티아라3100급(총톤수 6.88,길이 32피트,너비 6.88피트)모터요트를 탔다.모터요트는 동력으로 움직인다.장쾌하게 물살을 가르면서 달린다.배꽁무니에서 힘차게 뻗어나가는 흰 물보라 줄기를 바라본다.해묵은 스트레스가 싹 사라진다.쪽빛 바다 위로 줄지어 떠있는 양식장의 흰 부표들 사이로 굴을따는 어선들이 보인다.어부들은 이따금 여행객들에게 손을 흔들어정겨움을 표시했다. 요트는 흔히 .인생의 마지막 레저'로 불린다.요트를 이용한 여행이 선진국에서는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일본이 4백80명당 1척,독일이 93명당 1척,영국이 65명당 1척,미국이24명당 1척이다.레저의 천국으로 일컬어지는 뉴 질랜드가 6명당 1척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다도해가 발달해 요트여행을 즐기기에는 최적이다.하지만 시설.인식면에서 아직 부족하다.요트여행을 하려면 도전정신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현재 우리나라에는 1백여대의 요트가 있을 뿐이다.마리나를 갖추고 요트를빌려주는 곳은 충무마리나리조트(경남통영시도남동)가 유일하다.겨울이 다 가기 전이나 봄방학을 이용해 가족이 함께 요트 여행에나선다면 해외여행 못지않은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교통=서울~진주 항공편이 하루 네차례 있다.서울~진주 첫비행기는 오전9시20분,진주~서울 마지막 비행기는 오후5시30분.진주공항에서 충무마리나리조트까지는 셔틀버스와 리무진버스가수시로 운행되고 있다. 소요시간은 1시간30분정도.승용차로 갈 경우 서울에서 경부.구마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충무마리나리조트까지 약 5시간30분 걸린다.충무마리나리조트에서는 8명이 요트 1척을 빌려 추도를 1박2일 코스로 다녀올 수 있는 패키지여행상품을 내 놓았다.가격은 8명에 40만원.요트에는 2명의 선장이 승선한다.금호리조트예약실(02-737-5400). <통영=이순남 기자> 세일요트에 몸을 실은 여행객들이 봄볕이따사롭게 내리쬐는 한려수도의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항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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