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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형 인재 나오게 교육 개혁해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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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호 20면

단행본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생각하는 방식이나 언어·행동 등 모든 면에서 남녀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다. 인문학자와 과학자 사이에도 남녀 차이 못지않은 간격이 있다. ‘화성에서 온 인문학자, 금성에서 온 과학자’라고 할까. 전문가들은 융합의 장애 요인으로 교육 문제부터 손봐야 한다고 제시했다.

쏟아진 대안들

대학과 대학원에 융합의 기운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서강대언론문화 연구소 박성철 박사는 “융합학을 다루는 학과 신설”을, LG전자 김진 상무는 “공학과 인문사회, 마케팅을 합친 융합 전문대학원”을 각각 제안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인재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대 신효필 교수도 “기존의 틀 내에서는 융합이 이뤄지기 힘든 만큼 과감한 시도를 해야 할 때”라며 “융통성 있고 자유롭게 학위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심광현 교수는 “우리 학교는 올 들어 미래교육준비단을 설치하고 과학기술과 기초예술, 응용 콘텐트 분야의 융합연구를 담당하는 10개 랩(실험실)을 가동하고 있다”며 “초·중·고 교육 전반이 새로운 융·복합 연구에 의해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연구 지원 정책에서도 대대적인 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서울대 이건우 교수는 “연구비 지원을 통해 학제적 연구와 연구공간·시설의 공용화, 공동 발표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수와 학생에 대해서도 “자기 전문 분야의 벽을 깨고 융합교육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른 제안도 제시됐다.

“생명윤리학이나 과학정책학, 기술사회학 등 융합 분야를 정책 연구 과제로 적극 권장하고, 신기술 연구에서 인문사회과학자의 일정 비율 참여를 제도화하자.”(연세대 김혁래 교수)
“융합 분야에 관심을 갖고 전문적으로 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자.”(덕성여대 허인섭 교수)

“협동 연구의 조건으로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한 연구자가 꼭 속하도록 할 게 아니라 한 개인이 협동 주제를 연구하는 것도 지원하도록 하자.”(서울대 김영식 교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정봉현 본부장은 “정부에서 일부 강제적인 시도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융합연구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평가 체계를 만들고, 이중 근무제 등을 통해 한 공간에서 수시로 소통하며 연구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려대 루이스 랭카스터 초빙 교수는 다른 각도로 접근했다. 그는 “특정 영역의 융합연구가 성숙되기 이전에는 학제 간 교육이나 전문화를 하기보다 장기적 프로젝트나 이벤트 중심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요구된다”고 했다. “융합연구에서 필요한 것은 각 분과 학문의 전문성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연구 평가에서도 융합연구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서울대 홍성욱 교수는 “융합연구는 하이 리스크(high risk)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일반 프로젝트와 다르게 평가하는 게 중요하다”며 “멀리 떨어진 분야의 융합과제를 내는 경우 예상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더 좋은 융합으로 나아가는 발판으로 삼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홍 교수는 “융합연구에 맞는 평가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거나 당장 결과를 만들 가능성이 작을 경우 적당하게 여기저기에서 결과를 모아 보고서를 제출하고 성공적으로 됐다는 식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융합 포럼 활성화(서울대 김기현 교수), 지속적인 융합 데이터베이스 구축(서강대 김학수 교수), 연구 커뮤니티 확산(기초과학지원연구원 유경만 정책연구부장) 등의 다양한 대안이 나왔다.

서강대 이덕환 교수는 사회적 여건 조성이 선결과제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당장 융합을 추구하기보다 상호 이해를 위한 교육을 먼저 확산시켜야 한다”며 “좀 모호하긴 하지만 사회개혁 운동 수준에서 일을 벌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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