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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생일행사 평양 떠들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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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정일(金正日)의 55회 생일(2.16)을 앞두고 북한은 대내외적으로 대대적인 축하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한겨울 추위가 몰아치고 있는 평양거리에는 벌써 축하플래카드와 선전탑이 등장했고 행사용 김정일화(花)가 선을 보이고 있다. 평양시내 대부분의 학생들은 매스게임과 축하 공식행사 연습에 동원됐고 전시회와 집회등 지역별로 계획된 생일관련 행사가 연이어 지고 있다.김정일에게 보내는.충성의 편지 이어달리기'행사도여러 곳에서 시작된 행렬이 평양을 향하면서 북한 각지를 돌고 있다. 김정일의 올해 생일이 성대하게 치러질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상된 일이다.금년이 55회 생일로 북한이 5년과 10년 단위로 행사를 성대히 치르는.꺾어지는 해'에 해당하는데다 김정일의 권력승계가 유력시되기 때문이다. 생일축하행사의 첫 포문을 연곳은 해외였다.지난해 11월18일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김정일 생일 55주 준비위원회'가 결성되고 관련모임이 있었다.북한언론들은 김정일을.전세계 인민을 이끄는 위대한 영도자'로 칭송하면서 “김정일 동 지에 대한 세계인민들의 존경과 흠모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가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지난해 12월말 시작된.충성의 편지 이어달리기'가 있고 대표적인 김정일 생일행사인.2.16 예술상 경연'을 비롯해 각종 행사가 열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김정일화 전시회'가 처음 열린다.오는 11일부터1주일간 평양 국제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김정일 우상화의 새로운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에게 김정일의 생일은 유난히 화려하면서도 그리 반갑지 않은 국가행사가 될 수밖에 없다.김일성 사후 계속된수해와 정치불안으로 민심은 극도로 피폐해진데다가 무엇보다 식량사정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북한당국도 이를 감안해 김정일 생일에 맞춰 미국 카길사와의 곡물도입 협상 타결과 같은 희망적인 뉴스를 전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지난 3일에는 북한의 공식기관인.큰물피해대책위원회'가 직접 관영언론을 통해 식량사정이 더 이 상 참을 수없는 상태에 도달했다는 선언을 할 수밖에 없었다. 김정일 생일덕에 구경하기 어려웠던 약간의 떡과 고기,식용유 맛은 보게될 북한주민들이지만 그 속내가 어떠리라는 것은 충분히짐작가는 일이다.궁색함을 감추고 치러질 잔치뒤 북한주민들 가슴속에 남을 불만을 다스리지 않는 한 김정일의 생 일은 결코 축복받을 수 없는 정치쇼에 불과할 것임은 물론이다. 〈김성진 전문기자〉 북한은 김정일의 55회 생일을 앞두고 대대적인 축하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으나 식량난으로 지칠대로 지친 주민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사진은 지난해 김정일 생일행사의 하나로 평양에서 열린.청년학생 야회(夜會)'. [통일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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