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니바퀴 조직력, 모비스 단숨에 2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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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울산 모비스는 ‘강팀 킬러’다.

울산 모비스의 던스톤(右)이 KTF 피터스의 수비를 피해 몸을 비틀며 골밑 슛을 시도하고 있다. [부산=뉴시스]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는 전주 KCC를 두 차례나 꺾었고, 디펜딩 챔피언 원주 동부도 눌렀다. 외국인 선수 두 명이 모두 키 2m 미만의 단신 군단이지만 장신팀 앞에서 강했다.

모비스는 28일 부산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8~2009 프로농구 정규리그 부산 KTF와 원정 경기에서 83-76 승리를 거뒀다. 1라운드에서 완패했던 KTF에 설욕한 모비스는 이제 단순한 ‘강팀 킬러’가 아니라 안정된 전력을 자랑하는 강팀으로 자리 잡았다. 모비스는 이날 승리로 3연승을 달리며 공동 2위에서 단독 2위로 올라섰다. 눈에 띄는 스타도, 장신의 센터도 없는 모비스가 일으키는 돌풍의 진원지는 어디일까.

이날 KTF전에서 모비스는 그 대답을 보여줬다. 모비스는 선수들이 쿼터별로 철저하게 역할을 나눠 빈틈 없이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최상의 재료가 없이도 ‘조직력’과 ‘분업’으로 맛있는 요리를 내놓고 있는 셈이다.

모비스의 선발 베스트5는 외국인 선수 두 명과 김현중-우승연-김효범으로 꾸려졌다. 대형 스타는 없다. 가드 김현중(8도움)과 슈터 우승연(8점)은 다른 팀에서 식스맨으로 눈에 띄지 않다가 이번 시즌 모비스에서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비와 리바운드를 잘하는 게 장점이다.

단연 돋보이는 선수는 ‘원석’에서 ‘보석’으로 거듭난 김효범(18점·3점슛 4개)이다. 캐나다 출신인 그는 200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모비스에 지명된 이후 지난 3년 동안 한국 농구에 적응하지 못해 고전했다. 팀플레이를 몰랐던 김효범은 벤치에서 묵묵히 견디면서 훈련을 거듭했고, 이번 시즌 모비스의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18-20으로 뒤진 채 시작한 2쿼터 초반 김효범이 기습적인 돌파를 시작으로 연속 3점포를 성공시키며 스코어를 역전시킨 게 대표적인 장면이다. 김효범은 3점슛 총 33개로 이번 시즌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데다 수비력과 덩크슛 능력까지 갖췄다.

외국인 선수가 한 명만 뛸 수 있는 2·3쿼터에서는 함지훈과 식스맨으로 변신한 슈터 우지원이 공격을 맡는다. 2007년 신인 드래프트 10순위로 후순위에 지명됐던 함지훈은 이번 시즌 가장 돋보이는 토종 빅맨이다. 서장훈(KCC)도 그를 가리켜 “순간적인 움직임이 좋고, 매우 영리해서 국내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스타일로 공격을 한다”고 혀를 내둘렀다. 함지훈은 이날 10점 3리바운드 3도움으로 골밑을 책임졌다. 과거 화려한 스타였던 우지원은 이제 이름값을 버리고 식스맨으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하고 있다. 우지원(12점·3점슛 3개)은 모비스가 달아날 때마다 3점슛을 보태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한편 창원 LG는 인천 전자랜드와 원정 경기에서 91-86으로 이겨 2연승을 달렸다. LG는 6승6패로 5할 승률을 만들며 공동 5위가 됐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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