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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뉴스] 지리산 반달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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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제 이름은 '반돌'입니다.
지리산 반달가슴곰이지요.

하지만 저는 지금
철창에 갇혀 있습니다.
제 동생도 함께 갇혔습니다.

2001년 초 태어나자마자
저희는 엄마를 잃었습니다.
사람들이 떼어 놓았습니다.

그해 가을 지리산에
풀려날 때까지
사람들 손에서 자랐습니다.

처음 지리산에 들어갈 때는
동생이 셋이나 돼
마음 든든했습니다.

여동생 '막내'는 등산객에게
과자를 달라고 조르다가
몇 달을 못 채우고
붙들려 산을 내려갔습니다.

여동생 '반순'이는
2년 전 그만 밀렵꾼에게 당해
싸늘한 주검이 됐습니다.

동생 '장군'이와 저는
마을을 기웃거렸습니다.
벌통 속 꿀의 달콤한 유혹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도 사람들은
목의 상처를 치료한다고
저를 우리에 가뒀지요.
그땐 용케 도망쳤는데….

짙푸른 지리산이 그립지만
지금은 엄한 감시에 탈출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염소 세 마리를 물어 죽인
'혐의'로 저와 동생은
무기징역을 살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저지른 일이
그렇게 중죄인 줄은 몰랐어요.

7월 러시아에서 이사 올
곰들은 제대로 적응해
지리산 토박이가 되길 빕니다.

*지리산 반달곰이 지난 13일 포획돼 철창에 갇혀 있다. 이들은 주민들의 반발과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물어야 하는 연간 1억원 이상의 보험료 때문에 지리산으로 되돌아가기 어려울 것 같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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