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퐁피두센터 2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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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에펠탑은 1889년 파리만국박람회를 기념해 세워졌다.강철로 된 높이 3백의 흉물이 파리 한가운데 자리잡는 데 대해 당시 파리사람들은 맹렬히 반대했다.하지만 그후 에펠탑은 파리의 상징이 됐으며,파리관광에 필수코스중 하나가 됐다. 퐁피두센터도 마찬가지였다.이탈리아인 렌조 피아노와 영국인 리처드 로저스가 공동설계한 이 건물은 마치 공장과 같다.건물 내부에 숨겨져야 할 수도관.전선.엘리베이터 등이 건물 밖에 나와있다.퐁피두센터가 처음 문 열었을 때 한 비평가 는.내장이 몸밖으로 튀어나온 미인같다'고 비꼬았다.그러나 퐁피두센터는 곧 파리의 명물이 됐으며 하루 2만5천명,매년 8백만명 이상 방문객이 몰린다. 퐁피두센터는 프랑스대통령이던 조르주 퐁피두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시장을 중심으로 윤락가와 술집이 밀집한 파리 보부르지역을 재개발하면서 퐁피두는.미술.음악.영화.도서.시청각연구가 함께 어우러지는 종합문화센터'를 세우고자 했다.퐁피 두는 건물의완성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지만,그의 이름을 따라 명명(命名)됐다. 퐁피두센터에는 현대미술관을 비롯,공공도서관.산업디자인센터.영상전시관.음향연구소 등이 들어 있다.현대미술관은 4층과 5층에자리잡았는데 3만9백여점 소장미술품중 1960년 이전 것은 5층,이후 것은 4층에 보관.전시되고 있다.특히 6층 기획전시장에선 개관이래 계속해온 20세기미술 거장(巨匠)들의 회고전이 매년 한명씩 선정돼 열린다. 지난달 31일 퐁피두센터는 개관 20주년을 맞았다.아쉬운 것은 스무살 젊은 나이인 이 건물이 중병(重病)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다.오는 9월부터 2년간 대대적인 보수작업에 들어가며 그동안 부분폐쇄가 불가피하다.비용만도 4억4천만프랑 이 들어가는데,이 금액은 원공사비의 절반이 넘는 돈이다. 비단 퐁피두센터뿐만 아니라 최근 파리에 세워진 오페라 바스티유와 라 데팡스 그랑 다르쉬도 비슷한 처지다.이에 비해 파리 시내 2백년이상 된 옛 건물,예를 들면 코메디 프랑세즈극장은 가벼운 수리만으로도 끄떡없다.그런 면에서 이번 퐁 피두센터 보수작업은 건축학상으로도 의미있는.사건'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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