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브이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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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대명도 어느새 합세하여 야구 방망이로 옥정 아버지 머리를 내리쳤다.수박 쪼개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나더니 옥정 아버지가 두팔로 머리를 싸안으려다가 맥없이 픽 널브러졌다. “우리 아빠 죽었다!” 옥정이 울먹이며 자기 아버지 어깨를 흔들었다. “죽진 않았어.잠시 기절을 했을 뿐이야.널 괴롭힌 아버지라며? 근데 왜 울고 야단이야?” “그래도 아버지잖아.” 길세가 옥정을 부축하여 옥정 아버지에게서 떼어놓았다.기달이 방 한구석에서 비닐끈을 가지고 와 옥정 아버지의 두 팔을 뒤로 돌려 묶고 발도 포개어 묶었다. “머리에서 피가 계속 흐르는데 그냥 놔둬도 될까?” 대명이 자기가 쇠파이프를 휘둘러 옥정 아버지 머리가 터졌기 때문에 걱정스런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냥 놔둬야지 어떻게 해? 병원에 데려갈 수도 없고.아무튼살려서 보낼 수는 없잖아.우리를 강간범으로 잡아 넣으려고 하는데.” 용태가 옥정도 함께 처치해야 되지 않느냐는 눈길로 옥정을 흘끗 노려보았다.자기 아버지를 살려서 보내지 않겠다는 용태의 말과 그의 눈길에 옥정이 퍼렇게 질려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눈물만 주르르 흘리고 서 있었다. “깨어나면 인민 재판을 하자구.그리고 나서 니키 마우마우단의이름으로 처단하자구.옥정은 아무 죄가 없으니 옥정이 문제는 좀더 생각해보기로 하고.” 기달이 인민 재판장이라도 된 듯이 어깨를 젖히고는 야구방망이를 짚은 채 절뚝거리며 몇 걸음 걸어다녔다.다행히 정강이 뼈는 부러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재판을 하려면 일단은 살려두고 봐야 하니까 이걸로라도 머리를 싸매두자.” 대명이 러닝을 말아 옥정 아버지 머리를 두 번쯤 감아 싸매었다. “우리 아빠 사,사,살려주세요.” 옥정이 무릎을 꿇고 기달에게 비손을 하였다. “그런 말 자꾸 하면 너도 죽여버릴 거야.그러니 암말 말고 있어.넌 입단식을 했으니 이제 영광스런 니키 마우마우단원이야.니키 마우마우단원은 가족에 연연해서는 안돼.아버지를 만나면 아버지를 죽이고,어머니를 만나면 어머니를 죽이고… 이 건 옛날에유명한 선사(禪師)가 하신 말씀이야.우풍이한테서 들었지.” 기달이 거드름을 피우기까지 하며 옥정을 윽박질렀다.글 조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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