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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지도>39.큐레이터-큐레이터가 되려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일반인들에게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 것은 선재미술관 큐레이터인 김선정씨가 TV광고에 등장한 지난 93년 초부터다.흔히 미술분야에서는 그림을 그리고 조각작품을 만드는 작가들만을 생각하던 문외한들까지도 미술전시 에 있어 작가외에 또 다른 미술전문인이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 것이다.그리고 최근에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여대생들 사이에서 선망의 직종으로까지 부상했다. 하지만 많은 현직 큐레이터들은 한결같이“큐레이터에 대한 정확한 인식없이 이름에서 풍기는 화려함 때문에 큐레이터를 선호하는것같아 안타깝다”고 말한다. 국제화랑 큐레이터 박경미씨는“큐레이터들은 밤낮 파티만 하고 작가들한테 이래라 저래라 호령만 하는 줄로 잘못 아는 사람들이많은데 실제로는 강한 체력이 요구되는 어려운 직업”이라며“투철한 직업의식이 없으면 견디기 어렵다”고 말한다. 과거처럼 훌륭한 미술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이 뚜렷이 구분되던 시기와 달리 지금은 무수히 쏟아지는 작품들 가운데 미술문화의 흐름을 정리해 작가와 관람객을 이어주는 역할을 큐레이터가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큐레이터가 될 수 있을까.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큐레이터의 뚜렷한 자격기준이 없다.프랑스의 경우 큐레이터 양성학교가 있어 이 학교를 졸업한후 국가시험에 합격한 사람만이 큐레이터가 될 수 있다.미국의 경우도 미술관협회등 각종 기관의 큐레이터 양성 프로그램이나 미술관의 인턴경력을 통해 큐레이터의 길에 들어서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교육기관이 거의 없다.국립현대미술관의 박물관학 강좌가 있지만 수료생이 실제 큐레이터가 되는 예는 많지 않다.큐레이터에게 요구되는자질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자격에 못미치는 사람이 쉽게 큐레이터가 되는 경우도 있다.외국에서는.미술관의 꽃'이라고 불리면서 미술관의 성격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반면 우리 큐레이터들은 전문성이 보장돼 있지않아 업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우리 미술계의 구조적 취약점과함께 이런 이유에서도 기인하는 것이다. 91년 개정된 박물관 및 미술관진흥법에 따라 99년까지 1천여개의 미술관과 박물관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큐레이터의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이런 시점에미술사에 대한 전문지식과 외국어 능력을 갖추고 여기에 전시를 연출하는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문을 두들겨볼만 하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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