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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가 좋다] 1. 시장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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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 새벽, 딸랑딸랑 종소리를 듣고 나가 두부 한 모 사던 시절은 이제 아련한 추억일 뿐이다.

깨끗하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포장 두부에, 테이크아웃 두부점이 탄생하는 등 두부를 둘러싼 시장의 판도는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특히 20년간 포장 두부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풀무원에 지난해 두산이 도전장을 낸 데 이어

CJ마저 다음달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업체 간 '두부 전쟁'은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야 어부지리의 재미만 즐기면 그만이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골라 먹는 재미에다 상품의 질은 더욱 높아질 테고,

이런저런 덤도 짭짤할 게 아니냔 말이다.

글=최민우 기자

◆ 두부=웰빙 식품

현재 포장 두부의 시장 규모는 2000억원대. 전체 두부 시장의 40% 수준이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잇따라 두부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앞으로 시장 규모가 훨씬 커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CJ 홍성일 부장은 "판두부에서 포장 두부로의 구매 변화는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말한다. 두산 위규성 상무는 "간편식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아침 식사용으로 밥 대신 두부를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에서 두부가 웰빙 식품으로 각광받을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콩=건강식'이란 인식이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다는 점도 희소식이다. 각 업체는 김치에 이어 두부 제품을 또 다른 수출 효자 식품으로 키우기 위해 해외 유통망에도 손을 뻗고 있다.

포장 두부 시장 점유율 70%의 풀무원은 "대기업들의 진입이 두부 시장을 키우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겉으론 태연한 척하고 있으나 내심 바짝 긴장한 태세다. 풀무원의 주가가 30% 이상 하락하는 등 주변 조건도 어수선하다. 풀무원 박남주 상무는 "20년간 길들여진 소비자의 입맛을 단번에 바꾸기란 어렵지 않겠느냐. 위기를 기회로 여기고 더 좋은 제품 생산에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 끼워팔기, 스카우트 경쟁

풀무원과 두산의 두부 전쟁은 지난해 이미 1라운드를 치렀다. 후발 주자 두산이 다양한 판촉 행사를 벌이며 일산.분당 등의 대형 할인 매장 공략에 나서자 풀무원도 이에 질세라 맞불 작전을 편 것. 두산이 '종가집 김치'를 하나 얹어주며 주부들의 발길을 붙잡자 풀무원은 420g의 두부 한 개를 끼워주는 '1+1'마케팅을 펼쳤다. 양측의 경쟁은 부침가루.밀폐용기 등 다양한 사은품으로 이어졌고, 심지어 한 매장에선 양쪽 판촉 사원끼리 몸싸움을 벌이는 상황도 벌어졌다.

스카우트 전쟁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말 두산 식품에 부임한 전풍 사장은 광고대행사 오리콤 출신. 문제는 오리콤이 지난해까지 1년6개월가량 풀무원의 광고대행을 했던 것. 풀무원 측은 "주요 마케팅 전략과 고객층, 인력 구성, 제품 수준 등 풀무원의 고급 정보를 몽땅 알고 있는 전 사장이 경쟁 업체로 옮겨간 것은 상도의를 저버린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두산 측은 "오리콤은 두산 그룹 계열사다. 임기가 찬 계열사 사장이 자리를 옮긴 것을 두고 '상도의' 운운하는 것은 비방 행위"이라고 맞받아쳤다.

◆ 제3세대 두부?

두부 전쟁은 품질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업체마다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며 "판두부가 1세대, 포장 두부가 2세대라면 이번에 출시되는 제품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제3세대 두부"라고 선전하고 있다.

지난 2월 풀무원은 '비단 두부'를 내놓았다. "탄력 있으면서도 부드러워 소스에 찍어 먹을 수 있다. 생산 과정이 기존과 전혀 다르다"는 게 풀무원 측의 주장이다. 다음달 신제품을 선보일 CJ와 두산도 출시 시기를 저울질하면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CJ는 "기존의 포장 두부가 인공 첨가물을 집어넣은 데 비해 CJ의 신제품은 100% 국내 자연산 콩으로만 이루어진 친환경 두부"라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두산 역시 "이전 두부는 66%의 콩으로만 만들고 33%의 비지는 버렸다. 두산의 신제품은 비지까지 살려내 영양분을 배가한 꿈의 두부"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까다로운 소비자의 입맛은 과연 어떤 두부를 선택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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