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보의문점 밝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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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금융권이 한보 뒤처리를 한다고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한보부도사태의 수습은 경제적 파장의 최소화에 못지 않게 국민이 갖고 있는 각종 의혹을 명쾌하게 밝히는 일이 중요하다.한마디로 한보문제는 의혹덩어리요,의문점 투성이다.한 보의 부도가몰고올 경제적 파장을 신속하게 수습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문제의 본말이 전도돼서는 안된다.엄청난 규모의 금융사고가 터졌는데도 아직 누구도 책임있는 설명을 안 하는 것은 문제다.결국나중에 주주.투자자,그리고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재산상의 피해에 대해 누가 무엇을 어떻게 잘못해서 일어났는지 납득할만한 설명을 하는 것이 순서다.
첫째,제일 중요한 의문은 착공때부터 6년여동안 계속 국회에서도 의혹이 제기됐듯이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 외부의 대출압력이없었는가 하는 점이다.금융권의 대출관행으로 볼 때 5조원이나 되는 상상할 수 없는 대규모의 돈이 그렇게 짧은 기간에 흘러간것은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은행의 자율적 판단으로는 그런 대출이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따라서 외부압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항간의 추측이 설득력을 가질 수밖에 없고,국민의 시선도 바로 이 대목이 밝혀지느냐에 쏠려 있다.당국 역시 지금 시중에서 들끓고 있는 각종 추측.억측.루머를 듣고 있을 것이다.시중에서 증폭되는 이런 정치금융설의 진상을 숨기지 말고 철저하게 규명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가 가져올 경제적 파장을 감안하면 국회도 정식으로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본다.국회밖에서 서로 당리당략적인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여야가 공동으로 시비를 가려야 할 것이다.
두번째로 여야정치권과 관련부처 공직자.은행임직원들이 한보측으로부터 집중로비를 당했을 것이라는 의문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야한다.여기서 진실을 제대로 밝혀야 나중에 책임규명을 정확히 할수 있다.이는 특정인을 마녀사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재 시작하기로 한 금융개혁을 포함해 기업경영풍토의 시정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한보사태에서 교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면 비슷한 사고가 언제고 재발할 수 있고 이는 철저하게 이번기회에 막아야 한다.
셋째로 대출과정에 대한 총체적인 감시기구가 제대로 기능했었는가에 관한 의문이다.어떻게 은행권의 담보부족액이 장부가로만 7천8백억원에 이르고 동일인 여신한도를 피하기 위해 신탁자금을 대출함으로써 고객에게 피해를 주는 결정을 했는가, 또한 어째서금융권은 시설자금으로 빌려준 돈이 운전자금으로 사용돼도 눈감았느냐는 등 의문은 꼬리를 잇는다.금융권뿐 아니라 신용평가회사도한보철강에 우량등급을 매기는등 엉터리평가를 예사로 했다.이 모든 것이 금융권 자율로 이뤄졌다고는 보기 어려운 것이다.정부의개입이나 지시는 없었는지,외부압력은 없었는지 이 역시 밝혀야 한다. 넷째로 한보가 채택한 기술공법과 관련이 있는 문제로 과연 한보철강의 사업성이 있느냐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사후처리방법과 직접 관련이 있는 의문으로 전문가들이 경제성을 의심하는 부분에 대해 누군가 대답 해야 한다.과연 품질이 보장되고 국내외경기를 고려할 때 제철소가 완공된후 기업으로서 생존할수 있을까를 판단해야 한다.이미 들어간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더 들어갈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앞으로 금융기관이 주주를 포함해 투자자와 고객에게 미친 경제적 손실을 어떻게 처리할것인지,재정경제원이나 금융감독원은 그동안 여러차례 제기된 의혹을 제대로 조사했는지도 밝혀야 할 문제다.은행은 어디선가 대출지시가 있었음을 간접적으로만 시사하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속시원히 진상을 밝혀야 할 것 이다.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지면 채권금융단이 받아야 할 연3천5백억원의 이자수입이 동결돼 그렇지 않아도 부실여신으로 경영상태가 안좋은 은행수지를 더 압박할 것이다.또한 한보철강과 은행주에 투자한 주주들도 단기적으로 대략 2백억원의 손실이 예상되고 공사관련업체와 하청협력업체의 부담을 고려하면 피해는 일파만파(一波萬波)로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엄청난 피해만을 강조해 어정쩡하게 문제의 본질을 피해서는 안된다.이번 사태에 대한 의혹과 의문점을 깨끗이 밝히고 거기에 부조리와 부정이 있었다면 깨끗이 척결해야 한보문제는 수습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