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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너무 비싸게 들여와-득점배급권 놓고 수입사 출혈경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미국 영화업계 권위지인.할리우드 리포터'는 지난해 11월 세계 36개국에 대한.영화판매 가격 기준표'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가격 책정기준이 세계 2위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제작비 8백만~1천2백만달러짜리 영화를 70만~1백50만달러에 사는 나라로 규정돼 있다는 것.
이를 일본과 비교하면 일본의 영화시장 규모는 우리의 3배 가까이로 추정되는데 수입가는 거의 같은 것이다.왜 그럴까.가장 큰 이유는 국내수입 업체들간의 지나친 경쟁 탓이다.
우리나라의 외화수입가가 터무니없이 높다는 사실은 수입관계자들도 이미 인정하는 사실.
수입가가 3백만달러쯤 되면 .마(魔)의 벽'인 60만~70만명을 동원해야 겨우 적자를 면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관객을 동원하는 영화가 1년중 손가락으로 꼽을수 있는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고가수입은 모험일 수밖에 없다. 25일 개봉되는.섀도 프로그램'(원제 Shadow Conspiracy)과 2월1일 개봉되는 뮤지컬.에비타'(원제 Evita)는 각각 3백50만(약 29억원)~4백만달러(약 33억원)에 수입한 것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2월1일 개봉되는.러브 앤 워'의 수입가는 2백만달러(약 17억원)선으로 상대적으로 낮지만 작품에 비해선 너무 비싸게 들여왔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에비타'와.러브 앤 워'는 대기업이 독점배급계약을 한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에서 제작된 작품.
개별적인 작품을 둘러싸고 경쟁적으로 수입가를 올린 경우와는 다르지만 대기업들이 독점배급을 놓고 서로 경쟁,불리한 방식으로계약해 국내흥행에 따라 수익진폭이 크게 넓어지는게 문제다.
독점배급권을 가진 수입사가 영화 전체 제작비의 일정한 비율을부담하는 아웃풋거래방식이 그것으로 작품이 하나하나 개봉될 때 그 금액을 제작사에 지불해야 한다.
.에비타'를 들여온 SKC는 시너지사와,.러브 앤 워'를 수입한 대우시네마는 뉴라인시네마와 배급계약했고,삼성영상사업단은 뉴리전시,현대는 미라맥스와 아웃풋거래방식으로 배급권을 체결한 상태다. 대부분 개봉하는 작품당 전체제작비의 5~7%에 해당하는 금액을 수입가로 지불하게 돼 있어 흥행이 부진하면 그만큼 적자폭이 커지게 마련이다.
개봉전에 이미 거액을 투자했기 때문에 홍보에도 거액을 투자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에비타'의 경우 호텔디너쇼 형식의 시사회에 1천5백만원정도의 홍보비를 사용한데 이어 미스 에비타 선발대회,에비타 패션쇼등 에비타붐을 조성하려고 애쓰는 모습.
또 입장료를 7천원으로 인상하려다 컴퓨터통신 동호인들의 거센반발에 부닥쳐 철회한 해프닝도 적자폭을 줄여보려는 무리한 시도에서 나온 셈이다.
.섀도 프로그램'도 개봉전 전국 6백50만명에게 영화입장료 5백원 할인권을 직접우편홍보물(DM)방식으로 발송하는 파격적인프로모션행사를 벌였다.
한국이동통신측의 협조로 한통당 2백70원인 발송료는 통신측이담당하지만 5백원의 할인금액은 수입사가 부담한다는게 기획사인 영화방측의 설명.
입장료를 내려서라도 많은 관객을 동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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