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합격도 전략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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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권 외고 입시가 끝났다. 올해부터 서울권 외고 처럼 수학 과목을 입시에서 배제하면서 일찌감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다. 그 경쟁을 뚫고 외대부속외고와 경기(구 명지)외고에 합격한 두 명의 학생을 만났다.

합격의 기쁨은 노력한 사람만이 누리는 달콤한 선물이다.
“제가 합격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요 며칠이 몇 년처럼 길었죠. 외고에 가게 된 게 꿈만 같습니다.” 2009학년도 외대부속외고 특별전형을 통과한 김주희(대왕여중 3년)양에게 합격은 꿈 그 자체였다. 내신 4%로 두각을 나타냈던 김양이지만 앞서 발표된 다른 외고 입시발표에서 친구들 낙방 소식이 들릴 때 마다 가슴 졸이던 터였다. “친구들에게 미안해요. 불안감 때문에 마음 속으로 서울권 외고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젠 홀가분합니다.”

교명을 바꾸고 나서 처음 치러진 경기외고의 첫 번째 신입생 모집에 당당히 합격한 이동은(숙명여중 3년)양도 기쁨은 마찬가지. “첫 번째 시험이었던 언어영역에서 까다로운 문제가 몇 개 있어 그게 계속 맘에 걸리더라고요. 결국 시험장을 벗어나 엄마를 보는 순간 울음을 터뜨렸죠. 거의 포기 상태였어요.” 이양 역시 조심스레 서울권 외고를 준비하고 있던 터라 그 기쁨은 배가 됐다. 당초 외대부속외고를 목표로 했던 이양은 예체능 과목 성적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전체 내신 성적이 불리하다고 판단, 주요 과목을 반영하는 경기외고로 목표를 선회한 경우. 이양은 “하루라도 빨리 목표를 정하고 그에 매진하는 것이 좋다”며 “좋은 학생을 뽑기 위한 각 학교의 독특한 전형안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의 대원외고와 외대부속외고 사이에서 저울질하던 김양도 2학년 겨울방학을 기점으로 목표를 외대부속외고로 정하고 대비에 전념했다. “그전까지 사회과목도 함께 공부했는데 외대부속외고 입시에 필요치 않아 그때부턴 좋아하던 사회 공부를 접었어요. 덕분에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영어리딩파트에 더 주력할 수 있었죠.”

김양이 선택한 방법은 일명 ‘초치기 읽기’. 시간을 초 단위로 재가며 영어 속독 훈련에 매달렸다. 여기에 어휘력은 필수. 하루에 1000단어까지 암기해본 적도 있다. 1년 반 정도의 미국생활에서 영어의 기본을 익힌 김양에게는 한국식 문법도 걸림돌이었지만 이는 학원 수업으로 보충했다. 또 초저녁 잠이 많은 자신의 신체리듬 상 아침에 일찍 일어나 집중이 잘 되는 때, 듣기 공부에 전념한 것도 큰 효과를 봤다. 김양은 “듣기시험이 오전에 이뤄지는데 이 시간에 맞춰 귀를 여는 습관을 들인 게 주효했다”고 털어놨다.

이양은 꾸준한 영어책 독서를 통해 실력을 유지했다. 평소 책읽기를 좋아했던 이양은 소설이든 사회과학 서적이든 닥치는 대로 영어책을 읽었다. 매일 책 내용이 녹음돼있는 테잎을 들으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오답노트도 이양의 좋은 무기였다. “평소에 잘 만들어 놓은 오답노트는 시험당일 쓸모가 아주 많아요. 시험 사이 쉬는 시간이 30분이기 때문에 자신의 부족한 점을 다시 한번 체크하는데 아주 그만이죠.” 이양의 집에는 큰 칠판이 있다. 그날 공부했던 부분을 칠판에 써가며 다시 복습하는 것. “제 꿈이 선생님이거든요. 칠판에 써가며 앞에 다른 학생이 앉아있는 것처럼 나만의 수업을 하는 겁니다. 그러면 정리도 잘되고 기억도 더 잘나요.”

두 학생 모두 외고에 응시한 이유는 같다. 상위권 학생들이 모여 있는 외고에서 경쟁하고 이겨낼 수 있다면 앞으로 닥칠 어떤 난관이든 두려울 게 없다는 것. 외고와 일반고의 학업분위기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선배들의 조언도 작용했다. 각종 과외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학교 정책도 매력적이다. 두 학생은 1주일 정도 휴식을 취한 뒤 고교 과정 선행학습에 들어갈 계획이다.

프리미엄 김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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