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과학시대에 한자병용은 시간 낭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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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는 아름답고도 가장 과학적인 한글을 가진 자랑스런 문화민족이다. 올해로 탄신 6백년을 맞는 세종대왕이 자주.민주.문화의 세 정신을 한글 창제 동기로 밝히면서 정인지의 글에서 보듯아침을 다 마치기 전에 익힐 수 있는 쉬운 한글을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는 해와 같이 밝은 한글겨레가 된 것이다.
지난 94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생화학과 교수인 제어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세계적 과학잡지 디스커버에.쓰기 정확함'이라는 글을 싣고 한글은 가장 과학적이고 독창적이며 체계적인 우수글자로서 바로 국제 알파벳이라고 극찬한바 있다.
34년 중국의 대학자 루쉰(魯迅)도 부수.획수.필순.독음.해석등 다섯가지나 어려운 한자가 망하든지 중국이 망하든지 해야지결코 한자와 중국이 병행할 수 없다고 부르짖은바 있다.
한자에 뿌리를 두고 만든 일본 가나는 숙명적으로 한자를 섞어쓰지 않을 수 없다.어려운 한자를 일본글에 섞어 작전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그 전달속도가 느려 2차대전때 일본이 연합군에 패망했다는 어느 일본학자의 지적도 있을 정도다.
오늘날 눈부신 과학시대에 시간은 바로 생명이다.이 생명의 시간에 한자학습의 노예로 귀중한 시간을 다 보내면 우리 어린 새싹들이 언제 과학지식과 기술을 익히겠는가.걸핏하면 엄연히 나라.민족.언어가 다른 일본을 예로 들면서 일본이 한 자를 쓰니 우리도 따라 쓰자는 발상은 아직 친일사대사상을 버리지 못한 불행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한자는 발생고장인 중국에서조차 간체자 3천자 정도가 쓰이는 정도며 일본에서도 상용한자 1천9백45자 가운데 약자가 6백여자나 쓰인다.우리나라.대만.홍콩만 한자를 정자로 쓴다.아시아.
태평양시대를 부르짖고 있으나 한자 쓰는 나라는 고 작 한국.중국.일본 세나라 뿐이다.이 세나라는 한자의 글자꼴도 다르고 뜻도 모두 달리 쓰는데 언제 한자문화권의 표준한자를 제정해 쓰게될 것인가.
각급 학교 교실에 들어가면 한글전용을 1백% 원하는 학생들의장래가 참 밝아 보인다.한글시대,나라이름이나 이름등을 한글로 쓰면 바른 글살이인데 한자로 못쓴다고 무식하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일찍이 전면 가로쓰기를 단행한 중앙일보를 비롯해 여러 일간지들이 앞다퉈 가로짜기 신문을 발행하며 한글전용의 역사적 사명을 이뤄가고 있다.48년 10월9일 공포된 한글전용법은 잘지켜져야 하며 한글날도 국경일로 다시 되돌아와야 한다 .한글은국보 1호가 돼야 하며 이것이 강력한 시대적 사명이다.
오 동 춘 〈시인.연세대 사회교육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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