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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비경>아프리카 케냐 마사이마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유럽이 인간의 예술이라면 아프리카는 신의 예술'이라고 일컬어진다. 아프리카 케냐의 마사이마라.신의 예술품 중에서도 가장뛰어난 걸작품이다.검은 대륙의 태양이 대초원 끝에서 이글거리며떠오르면 새벽잠에서 깨어난 사자는 하품을 하며 일어나 갈기를 세운다.아프리카 버팔로는 한낮의 뙤약볕을 피해 부지런 히 풀을뜯고,물을 찾아 이동하는 수십만마리의 누우(일명 와일드 비스트)떼를 치타가 쫓을 때면 대지는 정글북처럼 울린다.
관광객들은 지프나 열기구를 타고 대초원을 누비며 자연과 동물을 배우로 삼아 신이 연출하는 한편의 박진감 넘치는 대하드라마를 감상한다.
사자.치타.표범.하이에나.자칼등 각종 육식동물이 가젤.임팔라.누우등 초식동물들을 사냥하는 숨막히는 추격전은 먼동이 트는 이른 아침과 황혼무렵에 이뤄진다.깊은 잠에서 깨어났거나 한낮의폭염을 피해 그늘에 있던 동물들이 먹이를 찾아 활발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사냥이 이뤄질 때면 마사이마라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마사이마라가 가장 아름다운 빛깔로 물들 때 처참한 약육강식의 현장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더욱 전율하게 된다.
마사이마라는 케냐의 50여개 국립공원중 하나.규모는 1천8백여평방㎞로 제주도와 비슷한 넓이다.마사이마라는 케냐가 영국 식민지 시절이었던 1961년 일찌감치 사냥금지구역으로 지정됐다.
케냐의 다른 국립공원에 비해 크기는 비록 작지만 서식하고 있는동물의 종류와 수에서는 단연 세계 최대규모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사파리차를 타고.지구의 도랑'이라고할 수 있는 동아프리카 지구대(地溝帶)의 경관을 바라보며 서쪽으로 약 2백60㎞ 달리면 마사이마라가 나온다.자동차로 달리면4시간 걸리지만 경비행기를 이용할 경우 1시간 이면 넉넉하게 도착할 수 있다.
이 지역은 대부분 해발 1천5백~1천8백에 해당하는 고원지대로 건기와 우기가 뚜렷한 전형적인 사바나기후를 보인다.3월말~5월,10~12월이 우기다.연중 강우량은 1천㎜.사파리투어는 1년중 건기에 활발하게 이뤄진다.특히 야생동물들이 탄자니아에서마사이마라까지 물과 목초지를 따라 이동하는 7월초에서 8월중순까지 마사이마라 대초원은 동물들의 떼로 뒤덮이면서 믿기 어려운대장관을 이룬다.이 대장관을 보기 위해 전세계로부터 관광객들이25만명이나 몰려든다.
마사이마라에 서식하고 있는 동물의 수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고있다.하지만 동물의 이주가 가장 활발했던 1985년의 경우 누우 1백50만마리,가젤 55만마리,얼룩말 20만마리,임팔라 6만4천마리,아프리카 버팔로 6만2천마리,코끼리 4천마리등 2백50여만마리의 동물들이 마사이마라에 서식한 것으로 조사됐다.마사이마라에는 이들 포유동물 외에도 5백여종에 가까운 조류들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마사이마라 북쪽에서 발원해빅토리아호수로 흘러드는 마라강은 마사이마라 공원 한가운데를 관통한다.폭우가 쏟아지면 곳곳에 강둑이 무너져 마라강의 강줄기는빈번히 방향을 바꾸고 새로운 습지를 만들어낸다.
마라강의 진흙탕 물 속에서는 하마와 악어들이 서식하고 있다.
하마는 야행성이기 때문에 낮에는 대부분 수중에서 쉬고 밤이 되면 뭍으로 올라와 풀을 뜯는다.
마사이마라공원 입구에는 귓불에 큰 구멍을 뚫고 캉가(옷처럼 걸치는 보자기)를 걸친 마사이족 경비들이 서있다.마사이족들은 마사이마라국립공원지역 외곽에 산다.마사이족 용사들은 용맹성을 과시하기 위해 사자와 맨손으로 싸워 죽이고,신은 이 세상의 모든 소를 마사이족에 맡겼다는 믿음에 따라 소사냥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이들은 이곳을 중심으로 약 15만명이 염소나소를 기르며 현대문명과 전통사이에서 힘겹게 생활하고 있다.
아프리카 최대의 동물왕국이던 마사이마라도 한때 큰 시련을 겪었다.1백여년전 치명적인 전염병이 돌아 야생동물 가운데 95%가 몰살당하기도 했고,수차례의 심한 가뭄으로 한때 멸종위기에 처하기도 했다.그러나 세계야생동물보호협회의 노력으 로 지금은 옛모습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동물의 낙원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나이로비에 본부를 둔 이 협회는 2천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데 동물보호구역의 입장료를 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신의 걸작품 마사이마라의 보존은 인간의 손에 달려있는 셈이다.

<이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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