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모임>사랑의 수화교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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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하루빨리 실력을 길러 청각장애인들의 통역을 완전히 해낼 수있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5월부터 컴퓨터통신을 통해 만난 주부들과.사랑의 수화교실'을 만들어 수화(手話)를 배우고 있는 김은령(金銀鈴.41.주부.서울강동구천호동)씨의 말이다.
金씨등 주부들이 처음 모임을 시작하게 된 것은 통신 소모임.
작은사랑'에서 심수환(沈壽煥.42.서울강서구방화동)씨를 만나면서부터. 대화를 나누던중 金씨는 沈씨가 청각장애인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수화를 배워보라”는 沈씨의 권유에 선뜻 응해 공부가시작됐다.평소 수화를 통해 봉사활동을 하고 싶었던 金씨에겐 좋은 기회였던 것.
이런 식으로 하나 둘씩 모여든 사람들이 모두 9명.
처음 沈씨로부터 한글의 자모와 숫자,그리고.안녕하세요'등 기본적인 인사말을 배우던 이들은 8개월만에 일상적인 대화의 수화통역을 반이상 해내는 수준에 이르렀다.
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영희(金英姬.47.서울송파구잠실동)씨는“2주일에 한번 한두시간씩 배우면서 이만큼 늘게 된 것은沈선생님의 정열 덕분”이라고 공을 스승에게 돌린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공부를 시작할 무렵 말을 못하는 沈씨와수화를 못하는 주부들은 서로 의사전달이 쉽지 않아 몹시 힘들었기 때문.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쪽지에 글을 써서 어렵게 의사소통을 해가면서 글자.기본어구를 배운 끝에 이들 은 어느덧 상당한 실력을 쌓아 수화통역사의 자격까지 넘볼 정도가 됐다.
이들에 대한 강사역할을 맡고 나선 沈씨는 중학교시절 원인모를질병에 걸려 청각을 잃게 된뒤 정상적인 학업을 중단하고 혼자 컴퓨터를 배워 또다른 대화의 장을 열었던 것.沈씨는“언어감각을잃어버린 청각장애인들이 글을 익히기는 매우 어 렵다”며“원활한의사소통을 위해 일반인들이 수화를 배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모임의 총무를 맡고 있는 이영순(李英順.40)씨는“열심히 배워 병원.관공서등에서 안내.서류작성등의 봉사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야무진 각오를 보인다.
.사랑의 수화교실'에는 소리가 나지는 않지만 많은 뜻이 담긴이야기가 부산한 손짓을 통해 오가고 있었다.

<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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