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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 고객을 만족시킬 퓨처마킹을 하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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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호 35면

“벤치마킹(Bench Marking) 시대는 끝났다. 퓨처마킹(Future Marking) 시대가 왔다!” 2006년 9월 방한한 톰 피터스는 퓨처마킹이라는 조금 낯설지만 중요한 단어 하나를 우리에게 던지고 갔다.

퓨처마킹이란 무슨 뜻일까. 지난 50년 동안의 성공 방식들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기에, 이제는 선두를 모방하는 ‘따라 하기’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무엇인가 미래에도 통할 ‘놀라움(wow) 만들기’를 해야 살아남는 시대가 왔다는 뜻일 것이다. 더욱 쉽고 단순하게 풀이한다면 “2008년을 살아가면서 2018년을 살아갈 사람들을 놀라게 할 일을 생각해 내는 것이 바로 퓨처마킹”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렇다면 2년 뒤, 3년 뒤도 아닌 10년 뒤의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이 놀라움과 감동을 일으킬 일을 생각해 낸다는 게 가능할까. 미래라는 것도 결국 현재가 진화하고 고도화돼 만들어지는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현재 속에서도 얼마든지 미래를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현재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미래란 과연 어떤 것일까.

지난해 가을 필자는 프랑스 파리를 방문했다. 오랜만에 다시 보아도 여전히 파리는 밤낮없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 눈부신 자태에 반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파리는 왜 이렇게 아름다울까?” 그러자 곁에 있던 가이드 선생이 이 어리석고 자조(自嘲)섞인 질문에 뜻밖의 흥미로운 대답을 해주었다. “파리 사람들의 생각이 우리와는 다르기 때문이지요.” 깜짝 놀라 “어떻게 다른데요?”라고 다시 물었다. 그의 대답은 정말 시사적이었다. “파리 사람들의 가슴속에는 ‘불편한 것은 얼마든지 참아도 아름답지 않은 것은 절대로 못 참는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슴속에는 ‘아름답지 않은 것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지만, 불편한 것은 절대로 못 참는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 생각의 차이가 오늘날 파리를 만들었습니다.”

파리시는 19세기 중반 형성됐다. 약 15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오늘의 우리들이 파리를 여행하며 놀라고 감동받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것은 파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또 전 세계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움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퓨처마킹에 필요한 대단히 중요한 키워드 한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것은 ‘탁월한 아름다움(extreme beauty)’이다. 우리가 건축뿐만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에서 그냥 아름다운 게 아니라 탁월하게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낸다면 10년 후 사람들, 100년 후 사람들에게까지 놀라움과 매혹을 선사할 수 있는 것이다.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가 했던 말들을 곱씹어 보면 그의 경영철학의 중심에 모두 아름다움이 있고, 오늘날 애플의 성공을 만든 것도 아름다움에 대한 천착이 가장 큰 동력임을 알 수 있다.

“미칠 정도로 멋진 제품을 창조하라, 아니면 우주를 감동시켜라.”
“제품에서 더 이상 섹스(Sex)를 찾을 수가 없다면 그 제품은 죽은 제품이다.”
“화면에 있는 버튼을 너무 멋지게 만들었다. 누구라도 핥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애플의 원칙은 일단 최고의 디자인이 정해지면 어떤 기술적 문제라도 해결해 낸다는 것이다.”

우리는 과연 ‘탁월한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는 것일까. ‘메이드 인 코리아’가 과거에 비해 아름다운 디자인과 첨단기술로 상당히 업그레이드됐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왜냐하면 최고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문화와 예술을 가까이하고 그 속에 풍덩 빠져 우리의 생활 자체가 문화가 되고 예술이 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업종이 무엇이든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기능은 물론 아름다움까지 선사할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것은 이제 경영의 기본이다. 최고의 아름다움을 만드는 것이 더 이상 부업이 아닌 본업이라 생각하고 여기에 목숨을 걸겠다는 철학과 신념이 있어야 한다.

또 아무리 성능과 기술이 탁월하다 해도 매혹적인 아름다움이 없다면 의사결정의 마지막 순간에서 결격(缺格)으로 생각하고 과감히 기각시켜야 한다. 그것이 퓨처마킹을 하는 바른 자세이자 어떠한 불황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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