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마오쩌둥, 역사책 섭렵 … 덩샤오핑, 무협지 즐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역사책을 두루 섭렵한 마오쩌둥(毛澤東), 무협소설에 심취했던 덩샤오핑(鄧小平), 미국 역사서를 읽은 후야오방(胡曜邦), 러시아 소설을 탐독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역대 최고 지도자들의 독서 취향과 습관이 공개됐다. 권위 있는 주간지 남방주말(南方周末)은 20일자 최신호에서 ‘붉은 담장 속의 독서’라는 제목으로 마오쩌둥을 비롯한 역대 중국 지도자의 독서 취향을 소개했다.

마오가 평생 읽은 책이 모두 몇 권인지는 자신도 모르고 마르크스만 알 것(아무도 모른다는 뜻)이란 우스개가 있다. 그만큼 책벌레 마오의 독서 범위는 무제한이었다. 역사에서 철학·군사·자연과학까지 두루 독파했다. 그의 독특한 독서법은 ‘거꾸로 뒤집어 읽기’였다. 예컨대 그는 『수호전』을 정치 서적으로 읽었고, 『홍루몽』을 역사책으로 이해했다. 『자치통감』을 비롯해 4000만 자로 된 『이십사사(二十四史)』는 마오의 대표적 애독서였다.

실사구시(實事求是)를 강조한 덩샤오핑은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상상력을 즐겼다. 그는 “레닌 전집은 다 읽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 전집은 다 못 읽고 선집만 읽었다. 내가 읽은 책은 많지 않다”고 겸손해 했다.

『삼국지』·『자치통감』에 대한 관심은 마오와 비슷했지만 덩은 1970년대 금서로 분류됐던 진융(金庸)의 무협소설에 심취했다. 진융의 열광 팬으로 불릴 정도였고, 그를 초대해 직접 만나기도 했다. 『요재지이(聊齋志異)』 같은 귀신을 소재로 한 소설도 즐겼다. ‘흑묘 백묘론’의 아이디어도 이 책에서 따왔다고 한다. 개방파답게 외국 인물의 전기를 즐겨 읽었고, 출장 갈 때는 중국 지도와 세계 전도를 꼭 챙겼다.

장쩌민(江澤民)은 상하이 당서기 시절 사무실에 3000여 권의 장서를 관리할 정도로 문학과 고전에 관심이 컸다. 당나라 시인 왕발(王勃)의 시 ‘등왕각서’를 줄줄 욀 정도였다. 그는 미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고전뿐 아니라 셰익스피어·발자크·톨스토이 작품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후진타오는 러시아 혁명소설 『강철은 어떻게 단련됐나』를 청년기에 읽었다고 러시아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공개했었다. 그는 “푸시킨의 시, 톨스토이와 고리키의 소설도 읽었다”고 했다.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제1서기 출신인 그는 공청단 도서활동판공실 주임 시절 “아무 책이나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음란도서나 서방 자산계급의 정신 쓰레기 같은 책은 청소년에게 해롭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독서광 원자바오(溫家寶)는 로마 황제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항상 침대 머리에 두고 읽고 있다. 그는 칸트의 『실천 이성 비판』의 주요 구절을 읊조릴 정도로 서방의 고전에도 조예가 깊다. 실각한 후야오방은 성경과 『미국사』를 읽었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