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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Review] 오바마, 꿈이 사라진 미국을 어떻게 개조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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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오바마노믹스
존 R.탈보드 지음, 송택순 옮김
위즈덤하우스, 287쪽, 1만3800원

개발도상국 가운데 어느 나라가 부도낼 가능성이 가장 높을까. 미국의 한 대형 투자은행이 3년 전 이런 의문을 갖고 제3세계 국가들을 조사했다. 그런데 한 직원이 실수로 선진국까지 포함해 컴퓨터를 돌려버렸다. 그랬더니 자신들의 나라인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부도 위험이 큰 나라로 평가됐다. 컴퓨터는 GDP(국내총생산)의 72%에 달하는 10조 달러의 부채와 3500억 달러의 재정적자, 7000억 달러의 연간 무역적자가 있는 미국이 채무 불이행 위험이 가장 큰 나라라고 결론 내린 것이다.

이 책은 오바마가 취임 후 어떤 경제정책을 펼 것인지를 전망한다. 그의 연설과 선거 공약집을 꼼꼼이 분석해 지은이 나름대로 예상한 책이다. 그러나 이보다는 미국이 정말 문제가 많은 국가라는 지은이의 주장이 더 흥미롭다. 읽다 보면 미국은 한국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나라, 오히려 한국보다 문제가 더 많은 나라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켄터키주에서 열리는 켄터키더비 경마대회를 보러 매년 3월 첫째 토요일 미국의 백만장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이들은 100만 달러의 관람료를 내고 2분짜리 경마를 지켜본다. 그러나 바로 그 옆 마굿간에는 시간당 2달러를 받는 젊은 노동자들이 짚단을 깔고 잠을 잔다. 지은이는 “젊은이들의 인생과 꿈에 아무런 가치도 보태주지 못하면서도 경주마에는 수천만 달러의 가치를 매기고 있는 나라”라고 주장한다. 이뿐만 아니다. 8명 가운데 한 명이 자녀를 제대로 돌볼 수 없을 정도로 절망적인 빈곤에 시달리는 나라, 6명 중 한 명이 의료보험에 가입 못하는 나라, 제대로 계산하면 실업률이 18%나 되는 나라, 상위 1% 사람들이 40%의 부를 갖고 있는 나라, 개인의 능력과 노력보다는 물려받은 지위와 연줄에 성공이 좌우되는 나라, 가난한 집에 태어나면 운명이 거의 정해진다는 규칙을 갖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란다.

이런 나라를 오바마는 완전히 뒤바꿔놓을 것으로 지은이는 전망한다. 물론 뒤바꿔놓았으면 하는 기대와 더불어서. 오바마는 미국의 금융위기는 모기지업계와 헷지펀드, 은행들의 사기 행각이라고 규정한다. 그래서 이를 규제하는 ‘사기 근절법’ 제정을 공약했다. 그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위기의 책임은 뇌물을 받고 필요한 규제를 통과시키는 걸 거부한 워싱턴의 로비스트들과 선출직 대표들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문제가 대부분 기업의 특수이해관계와 로비 때문에 발생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오바마는 또 “가난한 사람은 돈이 없어 자기가 무엇이 필요한지 시장에 말할 수 없다”며 “그래서 시장은 가난한 사람들을 무시한다”고 말한다. 시장에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이 때문에 오바마를 사회적 시장경제론자, 질서 자유주의자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은 또 보호무역이나 제한적 세계화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 “무역과 세계화는 대부분 승자들에게만 더 나은 삶을 제공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지은이는 오바마의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조차 노동자와 환경 보호 규제를 넣어 재협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중국이 노동자와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지 않는다면 대중 교역중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김영욱 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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