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 FDA,중국에 사무소 설치 이유?

중앙일보

입력

중국 베이징(北京)의 외교가 한복판에 자리한 옛 미국대사관에서 19일 주목할 만한 행사가 열렸다. 미 식·의약품감독국(FDA)의 베이징 사무소 개소식이었다. FDA는 조만간 상하이(上海)와 광저우(廣州)에도 사무소를 열 예정이다. 미국이 해외에 FDA 사무소를 설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앤드류 폰 에센바흐 FDA 국장과 마이크 레빗 위생부장이 중국 사오밍리(邵明立) 식품의약품감독 국장과 함께 개소식에 직접 참석할 정도로 미국 정부는 이날 행사를 중시했다.

전 세계로부터 식·의약품을 수입하는 미국은 6달러당 1달러어치를 중국산 식·의약품에 의존하고 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국에서 식품안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미국은 그동안 집요하게 FDA 사무소 설립을 중국에 요구해 성사시켰다. 기구 설립과 함께 FDA는 베테랑 전문 인력 8명을 중국에 상주시키기로 했다. 이들은 중국 현지인을 고용해 식품안전 확보를 위한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식·의약품이 재배·가공되는 곳을 직접 찾아가 현장 조사도 벌일 계획이다. 미 위생부 장관은 "수입된 제품을 대상으로 샘플을 뽑아 안전도를 검사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고 뒤떨어진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입 제품의 생산 단계에서부터 최종 수입 단계까지 모든 과정을 체계적으로 들여다 보겠다"고 말했다.

강 하류의 오염을 막기 위해 상류의 오염원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현지 사무소 신설과 별개로 정기적으로 직원을 중국에 파견해 수입제품의 안전성 검사를 해오던 임무는 계속된다고 FDA는 밝혔다.

자국민의 건강을 위해 적극적으로 식·의약품 안전 확보 노력을 하고 있는 FDA와 달리 한국 정부는 어떨까. 수입 농수산품의 3분의1을 중국에서 들여올 정도로 한국은 미국보다 중국 의존도가 더 높다. 그렇지만 주중 대사관에 파견된 식·의약관 한 명이 중국 전역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이 수입하는 중국 농수산품은 주로 산둥(山東)성에서 생산된다. 이 때문에 2005년 기생충알 김치 파동이 터졌을 때부터 "산둥성에라도 식품안전 전담 직원을 파견하자"는 건의가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인력 타령 때문에 3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진전이 없다. 미 FDA 국장은 "식품과 의약품 안전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국경이 장애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 관리의 이 말은 멜라민 파동으로 홍역을 치르고도 진전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한국 정부에게 주는 따끔한 충고처럼 들린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