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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칼럼>活民과 活天下 언론의 절대과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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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문득 한(漢)나라의 최자옥(崔子玉)이 좌우명으로 삼았다는.사불살(四不殺)'이라는 말이 머리에 떠오른다.벼슬길에 있는 사람이 일신(一身)을 위해서나 천하(天下)를 위해서 네가지 일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경고한 글귀다..사불살'의 첫째는 무이기욕살신(無以嗜欲殺身)이다.즐기는 일에 욕심을 부려 몸을 망치지말라는 뜻이다.둘째는 무이화재살신(無以貨財殺身)이다.돈과 재물을 탐내 몸을 망치지 말라는 뜻.셋째는 무이정사살민(無以政事殺民)이다.정치하는 일로 백성을 죽여 서는 안된다는 뜻이다.넷째는 무이학술살천하(無以學術殺天下).학식이나 술수로 천하를 죽이지 않도록 하라는 뜻이다.
그런데.사불살'가운데 앞의 두가지는 개인의 신상과 주로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수신(修身)의 차원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고,또 사안에 따라서 문죄(問罪)로 다스리면 그만인 것이다.그러나뒤의 두가지는 전혀 이야기가 다른 차원의 것이 되고 만다.그것은 개인의 차원이 아닌 나라 전체와 관련이 되고 세상을 어지럽히는 난세(亂世)의 원인이자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우리의 상황적 현실은.사불살'이 새삼스럽게 강조돼야 할 처지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지금 세상을 온통시끄럽게 하고 있는 노동관계법개정-파업의 소용돌이는.살민(殺民)'과.살천하(殺天下)'의 상황과 실체가 어떤 것인지를 웅변해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날에는.사불살'이 벼슬길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경구(警句)였지만 오늘날에는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것이라고 해야 할 것같다.이런 점에서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들이나지식인들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심 각하게 반성해야할줄 믿는다.물론 언론이라고 여기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살민'의 반대되는 개념은 두말할 것도 없이.활민(活民)'이고,.살천하'의 그것은.활천하(活天下)'다.옛사람들은.살(殺)'의 원인을.잘못(誤)'에서 찾았고,잘못을 바로잡는데서.활(活)'의 출발점을 찾았다.오늘의 상황에서는 그런 올바 른 출발점을 찾도록 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그러므로.활민'과.활천하'의 길로 가는 것이 오늘의 절박한 과제다.그런 길을 찾기 위해 지난주에 보여준 중앙일보의 보도와 특집,그리고 논평은 여론 주도의 구 실을 했다는 점에서도평가받을 만한 것이었다고 하겠다.다만 한가지 아쉬웠던 것은 민주주의와 법치(法治)의 본질(本質)문제에 대해서 보다 다부지게추구하지 않고 여운을 남겼다는 점이다.
지난주 중앙일보에서 나의 눈길을 끈 것은.러시아문헌도 독도(獨島)는 조선땅'이라는 제하(題下)의 기사였다.최명복(崔明福)해군소령이 공개한 자료를 중심으로 한 이 기사는 적어도 세가지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고 지적돼야 할 것같다.
첫째는 崔소령이 공개한 자료의 문헌적 가치에 대한 평가가 소홀했다는 점이다.이른바 서구인(西歐人)들의 독도발견은 1849년의 프랑스 포경선.리앙쿠르호'를 시작으로 1854년의 러시아함정.팔라다호'의 독도 정측(精測),그리고 18 55년의 영국함선.호로넷호'의 독도 측량등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서구의 자료들이다.그런데 崔소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최초로독도를 발견한 함정은.팔라다호'가 아니라.올리부차호'라는 이야기다.기존의 문헌을 보면.팔라다호' 가 독도를 정밀하게 관측하고 독도를 이루고 있는 두개의 섬 가운데 서도를.올리부차'로,동도를.미네라이'라고 명명(命名)했다고 돼있다.崔소령이 공개한자료는 바로 그 명명의 근거와 기존자료의 잘못을 적시하고 있는셈이다. 둘째는 崔소령이 공개한 자료에서 러시아해군성 수로국이발간한 조선 동해안 지도 가운데 독도의 형상을 사진처럼 그려넣은 부분을 보다 크게 보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러시아의 시르계프대령이 그렸다는 이 형상도는 독도를 남쪽과 동쪽등 에서 실측하면서 그린 것인데 어떤 의미에서 세계최초의 독도그림이라고도 할 수 있다.이런 그림은 보다 크고 선명하게 게재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셋째는 崔소령이 자료를 입수하기까지의 경과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지 못했고 崔소령의 자료공개장면 또는 인물사진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다.특히 인물사진과 관련해서는 이미 여러차례 지적한바 있는데 기사의 요건을 충실하게 갖추도록 보다 철저해야겠다는 점을 새삼 강조해두고 싶다.
물론 편집의 구도나 지면구성은 뉴스의 가치판단에 따라 그 크기와 사진취급의 정도가 얼마든지 바뀔 수도 있다.하지만 독도문제와 그에 관련된 기사는 그것이 어떤 것이든 가볍게 다뤄져서는안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독도는 역사이래 우리땅인데 아직도 우리땅이라고.주장'해야 하는 상황의 한.일(韓.日)관계이기에 더욱 그렇다.
독도는 울릉도 동남쪽 2백리 남짓(90㎞)에 위치한 동도(東島.1만9천6백5평)와 서도(西島.2만7천8백평)를 중심으로 주위에 32개의 돌섬과 암초로 이뤄진 총면적 5만6천4백16평의 화산섬이다.독도는 분명 우리 땅이다.
(본사고 문) 이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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