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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본 경제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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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소하려면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이 공조해 무제한으로 돈을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박영철 고려대 석좌교수는 20일 한국공학한림원이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하는 ‘코리아리더스포럼’에서 이런 대책을 내놓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기반으로 하는 파생금융상품(주택저당증권)의 규모가 6조 달러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7000억 달러 정도로는 불을 끌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파생금융상품의 규모를 감안할 때 시장에 퍼져 있는 심리적 공황 상태를 진정시키려면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들이 무제한으로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실물경제와 관련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세계 경제가 더 나빠지면서 우리 경제의 한 가닥 희망인 수출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 단기외채가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도 우리 경제의 취약점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2010년께 실물경제가 회복될 걸로 보고 위기 극복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1997년 외환위기 대응책과 72년 1차 오일쇼크 대응책을 비교했다. 박 교수는 “97년 때는 너무 안정을 중시하는 바람에 후유증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팔 만한 자산을 파는 데 급급했지 위기 극복 이후를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72년 오일쇼크 때는 대처 방식이 달랐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오일쇼크 때 박정희 대통령이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하는 성장정책을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우리 경제가 이후 성장가도를 달렸다”는 이야기다.

그는 위기 극복을 위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현재의 저축률을 유지하면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임금 인상을 억제해야 한다”고 처방했다.

한편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조찬 강연에서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은 “실물경제는 2010년 이후에야 회복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고용불안으로 인한 소비 침체와 ▶주택건설 경기 둔화 ▶선진국 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 감소 등으로 인해 실물경제가 침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4분기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45억 달러로 추정했다. 또 정부의 은행 해외 차입 보증과 각국의 구제금융 조치 등에 따라 달러 수급 상황이 개선되면서 내년 원-달러 환율은 연평균 1040원 수준으로 진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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