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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영화 "샤인" 천재 피아니스트의 생애 감동적 영상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천재의 삶은 대체로 비극적이다.천재의 예민한 감수성과 비범함을수용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무디고 밋밋하다.
그래서 대부분 천재들은 짧게 불꽃같이 살다 가거나 아니면 분열된 정신 속에서 세속을 잊어버린다.
호주영화.샤인'(원제 Shine:빛나다.25일 개봉)은 한 천재 피아니스트의 비극과 구원을 그린 실화영화다.
아버지의 지나친 사랑과 집착이 초래한 그의 비극은 한 여인의헌신적 사랑으로 인해 구원받는다.
아버지의 소유욕으로부터 탈출하지만 죄의식을 극복하지 못하고 정신질환에 빠져버리는 음악신동.
20여년을 잊혀 지내던 그는 연상의 심령술사 여인의 품에서 잃어버렸던 열손가락의 정열을 되찾는다.
현실의 삶이 영화보다 극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제 주인공은 호주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51).그는 너무 어려워.악마의 교향곡'으로 일컬어지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을가장 완벽하게 연주해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10대에 이미 이 협주곡을 소화해낸 헬프갓은 23세때인 69년 영국 왕립음악원 연주에서 이 곡으로 기립박수를 받은 후 곧바로 쓰러져 정신분열 상태에 들어간다.
그는 유학을 말리는 아버지를 거역하고 혼자 영국에 와 성공했지만 가족을 버렸다는 죄의식 때문에 심한 신경쇠약을 앓은 것이다. 스콧 힉스감독이 헬프갓에 대해 알게 된 것은 86년 확인되지 않은 병으로부터 회복중인 한 피아니스트가 호주 애들레이드의 작은 연주홀에서 공연한다는 기사를 보고 나서다.
그는 두꺼운 안경을 쓰고 머리를 연방 끄덕이며 연주하는 동안뭔가를 흥얼거리는 피아니스트에게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고 한다.
콘서트가 끝난 후 헬프갓의 부인 질리언을 만난 힉스감독은 5년만에 시나리오를 쓰고 그 2년후에 촬영을 시작했 다.
그는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더스틴 호프먼등 스타를 기용해 만들자는 제의를 뿌리치고 실화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호주 연극배우출신인 제프리 러시를 헬프갓 역에 기용했다.
영화에 흐르는 피아노 연주는 실제 헬프갓의 연주 음반이지만 러시는 진짜 피아노를 치는 것처럼 실감이 나도록 피나는 연습을했다고. 지난해 1월 선댄스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샤인'은 배급사들간에 치열한 경쟁이 붙었고,미국에서 개봉됐을 때 감동적인작품으로 각광받으면서 무명의 러시를 일약 스타로 부상시켰다.
러시는 LA 영화비평가협회상.뉴욕영화비평서클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또 영화.샤인'은 작품상.연기상을 포함,골든 글로브 5개부문후보에 올라있으며 아카데미영화상 작품상.남우주연상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 헬프갓은 이 영화 이후 연주 요청이 쇄도,올해 미국에서60여회의 연주를 가질 예정.아직 정신 상태가 복잡해 잦은 연주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헬프갓의 연주를 담은 사운드 트랙이 가슴을 적시는.샤인'은 영혼을 파괴하는 사랑과 영혼을 치유하는 사랑의 두가지 모습을 감동적으로 전해준다.
〈이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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