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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650억 투입 ‘WCU사업’ 삐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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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교육과학기술부가 세계수준 연구중심대학(World Class University) 육성 사업 과제를 선정하면서 논문 실적을 잘못 계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과부는 뒤늦게 이런 사실을 인정하고 선정 과제를 번복했다. WCU 육성사업은 이명박 정부 들어 교과부가 추진하는 첫 번째 대형 국책사업으로 연간 1650억원, 2012년까지 총 8250억원이 투입된다.

19일 본지 확인 결과 교과부로부터 사업을 위탁받은 한국과학재단은 1차 심사 평가 지표의 하나인 연구 실적의 ‘논문 1건당 피인용 횟수’를 잘못 계산하거나, 누락시켰다. 중복 제출한 과제를 걸러내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연구 실적은 1차 심사의 45%를 차지한다.

교과부는 이날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점수를 수정해 1차 심사를 통과한 연구팀 중 일부를 탈락시키고 새로운 팀으로 교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외 학자와 전공·학과를 신설하는 분야(유형1)에 선정됐던 17개 대학 35개 과제 중 1개 과제가 탈락했다. 대신 K대 생명공학 분야 과제가 추가로 선정됐다. 해외 학자를 초빙해 공동 연구를 하는 분야(유형2)에도 선정됐던 13개 대학 32개 과제 중 2개 과제가 탈락하고 4개 과제가 추가 선정됐다. 교과부는 3차 종합평가를 거쳐 이달 25일 유형1·2 분야 최종 선정과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박주호 교과부 학술연구진흥과장은 “기술적인 실수인 데다 최종 심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바로잡았으므로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1차 심사에서 탈락한 연구팀들은 교과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유형2 과제를 신청했던 봉미미(42)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과부와 과학재단이) 명백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교묘하게 은폐하려고 했다”며 “잘못된 연구 실적 점수로 평가된 1차 심사 결과는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과부와 과학재단이 이런 실수를 덮으려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과학재단 홈페이지에는 “‘논문 1건당 피인용 횟수’의 오류를 바로잡아 재산정한 값을 재공지한다”는 공지사항이 올라왔다. 그러나 다음 날 이 글은 사라졌다. 대신 “이의신청 과정에서 접수된 사항들은 접수 마감 후 검토해 처리하겠다”는 글로 바뀌었다. 오류를 수정해 올린 자료도 수정 전 자료로 바뀌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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