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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다 받고도 전국대회 우승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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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 공릉중 축구부는 정규 수업이 끝나는 오후 3시에 훈련을 시작한다. 2004년 창단 이후 이 학교 축구부 선수들은 한 번도 수업을 거른 적이 없다. “아이들이 훈련·공부·인성 삼박자를 고루 갖추도록 하고 싶다”는 것이 김경수 축구부 감독의 철학이다.

운동에 ‘올인’하지 않는데도 공릉중 축구부는 축구와 학업 모두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다. 8월 탐라기 전국축구대회에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3학년 강주호(15)군은 15세 청소년 국가대표로 선발됐으면서도 학업 성적은 반에서 1, 2 등을 다툴 정도로 우수하다. 그는 “축구와 공부 어느 것도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1학년 이윤평(13)군은 입학 후 꾸준히 평균 90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군은 “부모님이 운동을 반대해 1년만 해보고 ‘성적이 떨어지면 그만두겠다’는 약속을 하고 축구부에 들어왔다”고 했다.

김경수 감독(右)이 이끄는 공릉중 축구부는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면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축구부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형수 기자]


건국대는 3월 경기도 이천시 대월면에 6만2000평 규모의 스포츠과학타운을 조성했다. 운동부 특기생들이 훈련과 수업을 병행할 수 있는 전용 시설이다. 특기생들을 위해 매주 22명의 교수진이 서울과 충주 캠퍼스에서 이곳으로 출장을 온다. 강의 커리큘럼도 본 캠퍼스와 독립적으로 짰다. 건국대 전영대 체육부장은 “대학 선수들 중에 국가대표뿐 아니라 의사나 변호사도 나와야 한다. 스포츠 특기생들의 학력 수준을 일반 학생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연세대는 지난해부터 농구부를 중심으로 튜터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운동부 학생과 학과 성적이 우수한 일반 학생을 짝지어 수업·시험·과제 준비 등을 도와주는 것이다. 연세대 윤여탁 체육지원위원장은 “특기생이라도 당연히 대학 졸업자 수준의 소양을 갖춰야 하며 그것은 학교의 책임이다”고 말했다.

부산시 교육청은 관내의 모든 경기를 주말과 방학 때만 열도록 했다. 지난해부터 학생 선수들이 정규수업을 반드시 이수하게 했다. 김창민 시교육청 체육교육담당 장학관은 “지도자와 경기단체의 반발이 거셌지만 학부모들이 적극 지지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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