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객, 원료생산에 부당노동 없는지도 따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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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품질에 대한 요구가 완제품뿐 아니라 제조 과정 등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한국표준협회가 11월 ‘품질의 달’을 맞아 개최한 ‘제34회 국가품질경영대회 특별 지상 좌담회’에서 토론된 내용이다. 기업은 그동안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을 높여 적정가로 시장에 내놓으면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의 관심은 완제품의 품질은 물론 제조 과정의 안전성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서영호(한국품질경영학회 회장) 교수 사회로 14일 서울 팔레스 호텔에서 열린 특별 좌담회에서는 기업의 품질 혁신 활동을 되돌아보고, 고객 만족을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논의했다.

◆서영호 교수(사회)=올해 수상 기업으로 선정된 업체의 품질 혁신 사례는 많은 교훈을 줄 수 있다.

◆정일재 LG텔레콤 사장=우리 회사가 이동통신업계 최초로 국가품질경영상을 수상했다. 국가 품질 기준의 경영 모델을 적용한 것이 주효했다. 우리는 통신 서비스의 기획 단계부터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반영한다. 판매 때도 고객의 만족을 최우선 목표로 한다. 또 통신 네트워크에 대한 품질 관리에도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고객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24시간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들의 각종 항의를 분류해 꼬리표를 붙여 책임 부서에 전달한다. 그런 뒤 정해진 시간 안에 처리했는지를 모니터링한다. 콜센터를 운영한 2005년 대비 현재 불만성 전화는 95% 이상 줄었다. 그런데도 매년 연초에 불만성 전화 건수를 연말엔 50% 이상 줄이자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고객의 목소리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문화가 형성돼 있다. 고객을 만족시키는 데도 사내의 우수 자원을 먼저 배치한다.

왼쪽부터 서영호 교수(품질경영학회 회장), 장지종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박명희 한국소비자원 원장, 임채민 지식경제부 차관, 정일재 LG텔레콤 사장, 최갑홍 한국표준협회 회장, 이한구 현대약품 회장, 이동한 전국품질명장협의회 회장. [최승식 기자]


◆이한구 현대약품 회장=우리는 2003년부터 품질경영에 관심을 두었다. 품질을 높이기 위해 우리는 안전 관리에 우선 초점을 맞췄다. 제조업체이다 보니 임직원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면 품질을 높일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생명존중의 경영 이념과 윤리경영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품질 관리에 대한 중장기 비전과 전략을 마련했다. 모든 품질 경영활동을 통폐합하고 핵심 인적자원을 육성하기 위한 인사 자원 관리 체계도 수립했다. 그 결과 영업·구매·생산 등 각 부문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품질 관리를 강화할 수 있었다. 이제는 모든 직원이 고객 만족 경영의 가치를 공유하고 사내 문화로 자리 잡게 됐다.

◆서 교수=산업현장에서 품질 명장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현재 품질 명장들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이동한 전국품질명장협의회 회장=1991년부터 각 분야에서 기술이 뛰어난 인력을 중심으로 선발된 품질 명장은 현재 1200여 명이다. 소속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기술이나 성능 차별화에 기여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 직원들의 기술교육 프로그램 등에도 참여한다. 품질 경영 활동의 근본적인 목적은 기존 프로세스의 혁신과 새로운 프로세스의 창출이다. 품질 명장이나 기업들은 기존 제조 과정의 기술 향상에 치중했다. 하지만 최근엔 제조는 물론 마케팅·서비스 분야에서도 품질 향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서 교수=중소기업들도 품질 경영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 프로그램의 활성화 등 요구사항도 많다.

◆장지종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이 생산 현장에선 잘 안 된다. 대기업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중소기업도 품질 경영을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중소기업이 연구개발(R&D)을 통해 뛰어난 제품을 개발하면 대기업은 이 비용을 인정해 납품 가격을 책정해 줘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최근 많은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상생 프로그램을 발표한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대기업 최고경영자의 뜻과 달리 중소기업을 대하는 실무진의 행태는 상생 프로그램과 거리가 많다. 대기업의 전 구성원이 상생협력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내부 평가 때 고과를 잘 준다든지 하는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서 교수=소비자들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만족 기준도 많이 변하고 있다. 기업들이 소비자의 안목에 맞추기 위해 개선할 점은 무엇인가.

◆박명희 한국소비자원 원장=최근 소비자는 제품의 품질뿐 아니라 안전성 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제품도 좋아야 하지만 사용된 원료가 괜찮은 것인지, 제조과정은 안전한 것인지, 상품에 원료나 공정과정에 대한 표시가 제대로 돼 있는지에 관심이 많다. 특히 젊은 소비자들은 원료가 아무리 좋아도 공정한 무역을 통해 들여온 것인지 등에까지 관심이 확대됐다. 이를 테면 자신들이 마시는 커피가 부당한 노동 착취를 통해 생산된 원료를 사용했을 경우 외면하곤 한다. 이제는 제조과정 등도 투명해야 한다.

◆서 교수=국가품질경영대회를 앞두고 기업의 품질 혁신 활동을 소개하고 개선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일은 의미 있는 일이다.

◆임채민 지식경제부 차관=국가품질경영대회는 우리 수출이 100억 달러도 안 되던 75년 시작돼 30여 년간 산업현장에서 품질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역할을 해 왔다. 특히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어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면 품질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수출이 줄어도 품질 경쟁력을 높여 수출 감소를 상쇄해야 한다. 특히 제품의 질을 높이기 위해 완제품에 들어가는 각종 소재나 부품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최갑홍 한국표준협회 회장=기업의 경쟁력이 품질에서 나온다는 건 상식이다. 품질 경영이 활성화될수록 기업의 영업이익이 높아지고 결국 국가의 산업 경쟁력도 올라간다. 초창기 품질경영대회에는 12개 기업만이 참여했지만 최근엔 200여 개 기업으로 확대됐다. 산업현장에서는 품질 분임조 활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정리=장정훈 기자 ,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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